트럼프 “홍콩, 中본토와 똑같이 취급”… 기업들 엑소더스 불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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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지위 박탈-금융 제재법 서명
비자-수출-인적교류 특혜 폐지… 中정치범 망명시 송환 거부할수도
관세 인상은 파급력 커 일단 보류
中 “난폭한 내정간섭” 반발성명… 맞대응땐 홍콩내 기업환경 더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상의 안주머니에서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판하는 쪽지를 꺼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와 중국의 연관 의혹을 줄곧
 제기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바이든의 외아들 헌터는 2013년 현직 부통령인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후 중국 
국영기업으로부터 1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상의 안주머니에서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판하는 쪽지를 꺼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와 중국의 연관 의혹을 줄곧 제기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바이든의 외아들 헌터는 2013년 현직 부통령인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후 중국 국영기업으로부터 15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가 가속화되면서 미중 갈등이 폭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홍콩의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를 제재하는 법안에 동시에 서명했다. 홍콩 주민의 미국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고 홍콩-미국 간 범죄인 인도 협정도 중단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홍콩에 대한 특혜가 사라진다.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홍콩 탈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및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에게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에도 서명했다. 미국 정부의 초강수에 중국 정부는 “난폭한 내정 간섭”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중 갈등도 한층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속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이 취급될 것”이라며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홍콩에 대한) 특권, 특별한 경제적 대우, 민감한 기술의 수출은 이제 없다”고 선언했다. 이날 조치는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 제정을 의결한 직후인 5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관련 계획의 후속 조치. 미국은 앞서 지난달 29일 홍콩에 대한 국방물자와 첨단 기술의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분야별로 속속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홍콩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관련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앞으로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조치다. 이민과 국적, 국방물자 수출 통제 등에 대해 홍콩에 부과하던 특혜를 없애는 내용도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미국 내 입국 특혜 △수출 통제 물자 등 특정 분야의 수출 특혜 △국제 선박 운항과 관련한 상호 세금 면제 △경찰 교육 협력 △풀브라이트 교육 교류 프로그램 △지리 및 우주 분야 정보 공유 등을 모두 중단하거나 폐지했다. 홍콩 주민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이 중국인 수준으로 강화되면 중국도 맞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홍콩의 기업 환경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과 홍콩 간의 범죄인 인도 협정을 중단하고, 국제 수용자 이송을 폐지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에서 정치범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인사가 망명 또는 탈출을 해서 미국으로 갔을 경우 중국이 송환 요청을 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향후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 ‘금융 허브’ 위협받는 홍콩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무역과 관세,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았다. 홍콩과 중국은 물론 미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일단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정부의 후속 조치가 이어지면 홍콩이 ‘아시아의 금융 허브’ 위상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홍콩 수출품의 관세는 중국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홍콩의 특별지위를 인정해 중국 본토(25%)보다 훨씬 낮은 관세(1.7∼2%)를 부과해 왔지만, 앞으로는 중국과 똑같은 관세를 물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관세와 금융 분야 조치까지 이뤄지면 홍콩 경제와 금융 산업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는 홍콩에서 활동하던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엑소더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홍콩 미국상공회의소가 홍콩 내 180개 회원사를 조사한 결과 30%가 홍콩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과 함께 홍콩 경제를 떠받쳤던 고급 인력들이 대거 유출될 우려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홍콩을 떠나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향하는 전문직과 기업인이 크게 늘고 있다.

○ 中,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했다. 통상적으로 오후에 열리는 정기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달리 이날은 오전 외교부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렸다. 중국 외교부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며 “중국은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반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면서 “미국이 계속 고집한다면 중국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제재에 관여한 미국 고위 인사들에 대한 ‘개인 제재’가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동시에 ‘우군’ 확보에 나섰다. 15일 런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싱가포르, 태국 총리와 연쇄 전화 통화를 했다.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정상 간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홍콩 및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군을 확보하려는 중국 측의 노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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