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판사 “성폭행 피해자, 여성답게 행동 안해 ”…여성계 ‘발칵’

뉴시스 입력 2020-07-03 10:31수정 2020-07-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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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밤늦게 함께 술마시고 아침까지 함께 있었느냐"
"성폭행 위기 때 여성의 일반적 대응으로 볼 수 없어"
"최악의 여성 혐오" "여성 폭력 심각성 훼손" 비난 고조
인도의 한 고등법원 판사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여성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영국 BBC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르나타카 고등법원의 크리슈나 딕시트 판사는 지난 주 기소된 강간범에게 보석을 허가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에게는 “왜 밤 11시에 사무실에 갔느냐, 왜 용의자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느냐, 왜 아침까지 용의자와 함께 있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딕시트 판사는 “피곤한데다 성폭행당한 후 잠이 들었다는 (피해자의)설명은 인도 여성답지 않다”면서 “인도 여성들이 성폭행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거센 항의를 불렀다. 분노한 인도 국민들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정의한 ‘규정집’이나 ‘지침’이 있는지 묻고 있다. 인도 온라인에는 최근 “인도 판사가 보는 이상적인 성폭행 피해자”라며 딕시트 판사를 조롱하는 삽화가 큰 인기 속에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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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아파르나 바트는 인도 대법원장과 대법원 여성 판사 3명에게 개입을 호소했다. 그녀는 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최악의 여성혐오”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판결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이를 묵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르나타카 고등법원이 있는 방갈로르의 여성인권운동가 마두 부샨은 딕시트 판사의 발언에 대해 “충격적이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녀는 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갖는 심각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샨은 “여성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것은 법과는 아무 관계없이 여성의 행동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십명의 시민자유 운동가, 작가, 배우, 가수, 언론인들과 함께 딕시트 대법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당신(딕시트 판사)의 발언은 성폭력을 정상화하고 성폭행 피해는 여성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며 “성폭행 피해 주장이 거짓으로 입증되지 않았는데 왜 미리 판단하는가. 고등법원 판사가 할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12월 델리 시내 버스 안에서 일어난 한 젊은 여성의 잔혹한 집단 성폭행과 그에 따른 사망 사건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부르고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은 이후 성폭행과 성범죄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은 지난 몇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18년 3만3977건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 15분마다 1건씩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보고조차 되지 않는 성폭력 사례가 엄청나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 확실하다.

바트 변호사는 딕시트 판사의 발언으로 그렇지 않아도 성폭력 피해 신고를 꺼리는 여성들이 앞으로 신고를 더욱 꺼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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