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기 무섭다”는 흑인 남성 위해 함께 산책나선 75명의 이웃들

임보미 기자 입력 2020-06-04 17:17수정 2020-06-04 17:2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숀 드롬굴 씨(가운데 네온 색깔 티셔츠 입은 남성)가 함께 산책을 나선 테네시 내슈빌 12 사우스 이웃들에게 둘러 쌓인 모습.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 이후 혼자 길을 걷기 두렵다는 흑인 남성을 위해 이웃 75명이 함께 산책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등 외신이 3일(현지 시간) 전했다.

숀 드롬굴 씨(29)은 테네시 내슈빌 12 사우스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가족은 54년째 이 지역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플로이드 씨의 죽음 이후 그는 가장 익숙한 동네에서조차 맘 편히 걷기가 힘들었다. 그간 동네 상권이 발달하면서 12 사우스는 기존에 살던 흑인들이 대부분 떠나고 백인이 주로 거주하는 부촌이 됐다. 지역 사람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심스러운 흑인 남성을 유의해라”는 경고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드롬굴 씨는 동네에서 자신을 모르는 이웃이 혹여나 경찰을 부를까 두려웠다.

최근 플로이드 사건이 불거진 뒤 드롬굴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동네를 걷고 싶었지만 집에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현관 밖을 나가지 못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노드스트롬 백화점 물류 담당 일을 하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일시 해고를 당한 상태였다.


그러자 기대치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 말도 한번 섞어보지 못한 이웃들이 ‘함께 걸어도 되느냐’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드롬굴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주 목요일 오후 6시 이웃들을 산책에 초대했고 현관문을 열자 75명의 이웃들이 마스크를 낀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드롬굴 씨는 이웃들과 약 한 시간 동안 동네를 걸었다.

주요기사

그는 WP에 “너무 놀라서 아직도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산책하기 두렵다는) 글을 쓸 때도 누군가 나와 함께 걷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며 “정말 놀라운 기분이었다. 모두 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사람이 서로 피부색도 잘 분간할 수 없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산책은 지역사회에도 울림을 줬다고 WP는 전했다. 이날 산책에 함께한 메이트라 애이콕 씨(54)는 “숀은 이 동네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받아온 대우에 화가 많이 났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넓은 마음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숀의 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의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지역에 20년 넘게 거주했다는 캐롤 애쉬워스 씨(62)는 “나도 이 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동네에서 거의 혼자 백인이었다”며 드롬글 씨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애스워스 씨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 앱에 ‘주변에 의심스러운 흑인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나도 봤다”며 “숀이 불안한 마음을 알려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가 공포를 떨쳐낼 수 있도록 뭐든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임보미 기자의 더 많은 글을 볼 수있습니다.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