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일이… 美경찰이 쏜 총에 시위대 1명 첫 사망

뉴욕=박용 특파원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 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0-06-02 03:00수정 2020-06-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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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흑인사망’ 시위 격화]美시위 140개 도시 전국으로 확산
뉴욕 경찰차, 시위대 향해 돌진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의 긴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공원 인근에서는 철제 바리케이드를 친 시위대와 대치하던 뉴욕 경찰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두 대로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논란이 됐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진 영상에는 시위대가 차에 밀려 땅바닥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시위대가 돌, 병, 쓰레기를 던진 탓에 차로 바리케이드를 밀었다고 밝혔다. 트위터 영상 캡처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커지는 가운데,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시위대 중 한 명이 경찰과 총격전 도중 사망했다. AP통신 등은 1일(현지 시간) 군경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먼저 총을 쐈고, 이에 군경이 응사해 한 남성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이후 경찰 총격에 시위대가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이 남성을 포함해 지금까지 시위 현장에서 최소 8명이 숨졌고 4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반경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백인의 침묵은 폭력이다”고 적힌 팻말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쳤다. 뉴욕에서는 나흘째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 26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31일 현재 수도 워싱턴, 로스앤젤레스(LA)를 포함해 140개 도시로 확산됐다. 이 중 워싱턴, LA 등 40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미네소타, 텍사스 등 최소 15개 주에는 수천 명의 주 방위군이 배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이후 이렇게 많은 지방정부가 동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 시작은 평화집회, 어둠 내리자 돌변
지난달 30일 밤 뉴욕시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로 경찰관 33명이 다치고 경찰차 47대가 부서졌다. 31일 낮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은 “폭력이 아닌 메시지를 봐 달라”고 말했지만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시작하자 상인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후 9시가 넘어 어둠이 깔리자 시위는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NYT에 따르면 오후 10시경 유니언스퀘어에서 이리저리 흩어진 시위대 중 일부가 쓰레기통에 불을 질러 화염이 2층 높이까지 솟구쳤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딸인 키아라 더블라지오도 지난달 29일 집회에 참여해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그는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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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도 어둠이 내리자 전쟁터로 바뀌었다. 오후 10시 반경 백악관 주변 건물에 화염이 일고 헬리콥터가 날아다녔다. 오후 11시 통행금지 시간이 다가오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약 500명의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백악관 주변 기념품 상점 건물은 욕설과 분노를 표출하는 낙서로 가득 찼다.
○ 새벽까지 약탈 이어져
워싱턴과 15개 주에 주 방위군이 배치됐지만 심야의 약탈을 막지 못했다. 명품 상점이 몰려 있는 뉴욕 소호거리에서 약탈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마스크와 후드를 쓴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문을 막은 나무판자를 떼고 샤넬, 루이비통 등의 매장을 털어갔다. 유니언스퀘어에서는 일부 시민들의 제지에도 청년들이 전자제품 가게를 약탈해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나오는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LA 인근 롱비치와 샌타모니카의 쇼핑몰과 상점들은 대낮에도 약탈을 당했다.

시위대와 시민 간 충돌도 발생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한 백인 남성이 활과 화살을 들고 차량 밖으로 나와 시위대를 겨냥했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를 당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는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를 휘두른 남성이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했다. 미니애폴리스 외곽 고속도로에서는 트럭 운전사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향해 차량을 돌진시키는 일도 있었다.
○ 폭력시위 배후 조사 나선 경찰 당국
NYT에 따르면 존 밀러 뉴욕경찰(NYPD) 대테러 정보 담당 부국장은 무정부주의자들이 암호화된 메시지 앱을 이용해 보석금을 모금하고 의료진을 모집하는 등 경찰과의 충돌을 대비하며 폭력시위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휘발유, 돌, 병 등 시위 장비를 조달하는 경로를 마련하고 자전거 대원들이 선발대 역할을 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경찰과 시위대도 곳곳에서 충돌했다. 전날 뉴욕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공원 인근에서는 경찰차가 바리케이드를 밀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대학생 2명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용하고 차에서 끌어내린 애틀랜타 경찰관 2명은 이날 면직됐다.

반면 일부 경찰관은 시위대에 동조하고 있다. 뉴욕 퀸스와 미주리주 퍼거슨 등지에서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씨를 추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 유니언스퀘어의 시위대들은 다닥다닥 붙어 연설을 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마스크까지 벗고 소리를 질렀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워싱턴=김정안·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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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흑인 인종차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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