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크루즈선에 발 묶인 한국인에 구호물품 전달…선상 격리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2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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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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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다이코쿠(大黑) 부두에 은색 밴 1대가 들어왔다. 운전자는 차량에서 박스 12개를 내렸다. 김치, 컵라면, 치약, 칫솔 등 식품·생필품과 파스 등 의약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8일 째 발이 묶여 있는 한국인 14명(승객 9명, 승무원 5명)을 위해 요코하마 총영사관이 준비한 ‘구호 물품’이었다. 이 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 사실이 알려진 5일 이후 한국 정부가 구호물품을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사관 측은 한국인 탑승객들과 하루 두세 차례 연락하며 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물품을 조사했다. 윤희찬 요코하마 총영사는 “주로 음식이나 생필품을 요청했지만, 한 승객은 ‘태극기’를 넣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조기 귀국 계획 없어
요코하마=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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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4명의 거주지는 일본 9명(승객 8명, 승무원 1명), 한국 5명(승객 1명, 승무원 4명)이다. 윤 총영사는 “현재까지 건강상 문제가 있는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인터넷이 연결돼 있어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크루즈선 내에는 창문이 없는 방도 있지만 한국인 승객 9명은 모두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발코니가 있는 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승무원 5명도 객실 아래층에 창문 있는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5일 이후 이 배에서 꾸준히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나오자 일본 국내외에서 ‘밀폐된 크루즈선 내에 남아있는 3500여 명을 모두 하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크루즈선은 완벽한 격리가 어려운 구조인데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며 “빨리 하선시켜 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일까지 선상 격리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격리 장소 마련이 부담스럽고, 감염이 의심되는 이들을 일본 국내에 들여선 안 된다는 여론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하선한 상태에서 환자로 확인되면 일본 내 감염자 숫자로 확정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하선을 꺼리는 것으로 의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크루즈선 내에서 감염된 환자의 지역을 특정국가가 아닌 ‘기타’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이라도 조기에 귀국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한국에서 나온다. 하지만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1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특별한 이송에 관한 요청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전날 “감염병은 발생 지역에서 치료 및 통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아직 탑승자를 자국으로 데려올 계획을 세운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에 검역관까지 감염

선상 격리가 길어지면서 크루즈선 승무원들의 감염도 늘어나고 있다. 크루즈선이 3일 요코하마항에 귀항했을 때 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 등 3711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대부분 20~40대로 젊고, 초기에는 승무원 감염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12일 새로 감염된 39명 중에 승무원이 10명이나 포함됐다.

익명으로 트윗을 올린 한 승무원은 “평상시 해야 하는 일 외에 식사를 각 방에 배급하고, 확진 환자들의 하선을 도와야 한다”며 “너무나 피곤하다”고 밝혔다. 환자와 접촉이 늘다보니 승무원 감염도 비례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2일에는 방역 전문가인 검역관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본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검역관은 크루즈선이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3, 4일 승선객들의 체온을 재고, 검진표를 회수했다. 당시 규정에 맞춰 마스크와 장갑을 꼈고, 손 소독제를 이용했지만 감염된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요코하마=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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