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굴레’ 벗은 트럼프 재선가도 탄력… 공화당도 똘똘 뭉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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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25분만에 탄핵안 최종 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수사를 압박했다는 소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야기한 대통령 탄핵안이 5일 미 상원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4일 하원의 탄핵 조사가 시작된 지 4개월여 만에 탄핵 굴레에서 벗어나 재선 캠페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극심한 국론 분열 등 후유증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의원 100명은 이날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했다. 군사원조 중단 등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수사를 압박했다는 권력 남용 혐의는 52 대 48, 탄핵 조사의 증인 소환 및 자료 제출을 가로막았다는 의회 방해는 53 대 47로 ‘무죄’ 결정이 내려졌다. 집권 공화당 53명, 야당 민주당 45명, 친(親)민주당 성향 무소속 2명이 각각 당론대로 표결한 결과다. 표결은 약 25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에 이어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세 번째 미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지만 최종 면죄부를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이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백악관에 일격을 가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 트럼프 재선 가도 날개


백악관 집무실에서 표결 장면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부결 직후 종신 대통령을 희망하는 듯한 동영상을 담은 트윗을 올렸다. 재선 유세용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에서는 ‘2020’이란 숫자가 2024, 2028 등으로 바뀌다 ‘영원(Eternity)’을 뜻하는 ‘E’로 끝난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그가 과거에도 연임만 가능한 미 헌법을 넘어 그 이상 집권할 수 있다는 농담을 종종 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트윗에서 “6일 낮 12시 탄핵 사기에 대한 미국의 승리를 말하는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그의 재선 가도 역시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아이오와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연다. 또 11일 예비경선(프라이머리)을 앞둔 뉴햄프셔 등 민주당 경선이 열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맞불 유세’도 벌이기로 했다. 여론조사 갤럽이 4일 공개한 조사에서 그의 국정 지지율은 2017년 1월 취임 후 가장 높은 49%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의 관계가 빈약한 편이었다. 집권 4년 차인데도 국경장벽 설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폐지 등 핵심 공약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가 행정부에 과도하게 의지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탄핵 부결로 공화당 전체가 그의 공약 달성 및 재선을 위해 질주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대통령 측근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인 출석 저지를 주도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어마어마한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전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원고를 찢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 “구제불능 어린아이 같았다. 분노발작(tantrum)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때 종종 쓰는 단어 ‘분노발작’을 차용해 되갚아준 셈이다.

○ ‘앙숙’ 롬니는 탄핵 찬성

이날 밋 롬니 상원의원(73·유타)은 대통령의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해 공화당 53명 중 유일한 ‘유죄’표를 던졌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그는 미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찬성표를 던진 최초의 여당 상원의원이다. 두 사람은 모두 기업가 출신이지만 2012년과 2016년 공화당 경선을 거치면서 원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롬니는 공화당 사상 가장 멍청한 후보”라고 비판했다. 롬니 의원도 4년 후 “트럼프는 사기꾼이며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맞섰다. 둘의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롬니 의원을 초대 국무장관으로 고려하는 듯하다 석유 기업가 출신 렉스 틸러슨을 장관으로 뽑으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일각에서는 롬니의 이날 반대가 2024년 대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롬니 의원을 민주당의 비밀 자산이라고 비난하는 동영상을 리트윗하며 공화당 제명을 주장했다.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롬니가 대통령이 되지 못해 훼방을 놓고 있다. 민주당원인 그를 상원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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