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차이나타운’도 한산…“중국 국수도 먹기 무서워요”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6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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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상인 "매출 30~50% 떨어져"
지하철서 "옆에 중국인 앉았으니 피하라"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공포가 프랑스 파리의 차이나타운까지 번졌다.

프랑스 AFP 통신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최대 규모 차이나타운이 있는 파리 벨비유의 상점 곳곳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타운의 한 상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국수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옮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보통 중국설 기간에 매상이 평일 대비 2배까지 늘어난다”며 “하지만 현재 상인들의 매출은 평시의 30~5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음식만으로도 전염이 된다는 소문이 떠돌며 차이나타운의 상권은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평소 차이나타운의 식료품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한 프랑스인은 “좋아하는 중국 과일과 채소 상점이 있다. 그 상점을 통해 식료품 구매를 계속할 생각이다”면서도 “그 외엔 아무 것도 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수같은 음식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잘못된 공포심인 걸 알지만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프랑스 내 중국 공동체의 공포도 만만치 않다.

차이나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알렉상드르 시는 “프랑스에 사는 중국인들은 거의 자가격리 상태다. 외출을 삼가고, 집에 갇혀 있다”며 “이들은 중국 매체를 주로 보고, 중국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사람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발적으로 갇혀있다”고 말했다.

중국식 빵집의 배달원은 “뉴스도 보지 않는 노인들은 소문에만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며 “지난주에는 중국에서 막 돌아온 한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크게 돌기도 했다”고 했다.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마스크 사재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벨비유의 한 약사는 “지난달 25일부터 마스크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구매자는 대부분 아시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 마스크를 보내기 위해 대량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약사는 “지난주 자선단체의 대표라며 한 중국인이 마스크 50만개를 주문했다”며 황당한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6명이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지난 3일 공식 발표를 통해 이들 여섯 명은 모두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더이상 추가 감염자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적인 확산세에 유럽연합(EU)도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독일과 프랑스의 보건장관은 4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국 제한 역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아녜스 뷔쟁 프랑스 보건장관은 “EU 차원의 통일된 비전이 필요하다”며 EU 보건장관의 회의를 수일 내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 시민들 사이의 혐오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벨비유 차이나타운에서 우편을 배달하는 코린느 피에르는 지난 30년 동안 이 지역을 맡아왔다. 그는 “최근 동료 중 몇몇은 차이나타운으로 배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고 반응했다.

프랑스에서 관광 가이드일을 하고 있다는 중국인 이민자는 “중국계 2세인 내 아이들은 프랑스인처럼 생겼다. 나와 아이들이 함께 지하철을 타면 옆에 앉은 사람들이 내 아이들에게 ‘옆에 중국인이 앉았으니 다른 자리로 가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인이 기침을 하면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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