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무성 차관, 기업에 제재정보 누설 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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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선배와 유착… 징계받자 사직
카지노 비리 연루 與의원도 눈총… 일각 “아베 장기집권에 기강 해이”

이란 대통령 19년만에 일본 방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오른쪽)가 20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앞줄 왼쪽)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란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000년 이후 19년 만이며 두 정상은 이날 중동의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자위대의 중동 파견 문제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도쿄=신화 뉴시스
이란 대통령 19년만에 일본 방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오른쪽)가 20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앞줄 왼쪽)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란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2000년 이후 19년 만이며 두 정상은 이날 중동의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자위대의 중동 파견 문제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도쿄=신화 뉴시스
권력 사유화 논란을 초래한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추가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으로 내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스즈키 시게키(鈴木茂樹) 총무성 사무차관이 닛폰유세이(日本郵政)그룹에 대한 행정처분 검토 상황을 닛폰유세이 측에 누설했다”고 발표했다. 닛폰유세이 자회사인 간포세이메이(かんぽ生命)보험이 고령자를 사실상 속이며 보험 상품을 판매하다 적발됐고, 총무성은 제재를 논의하고 있었다. 스즈키 사무차관은 그 내용을 선배 공무원이었던 스즈키 야스오(鈴木康雄) 닛폰유세이 부사장에게 미리 알려줘 문제가 됐다는 것.

닛폰유세이는 우정성 등 일본 정부에 집중됐던 우편 행정 기능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설립된 지주회사다. 스즈키 부사장은 우정성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09년 7월∼2010년 1월에 총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뒤 닛폰유세이 임원으로 이동했다. 이런 경력과 유착관계를 두고 아사히신문은 21일 ‘사무차관의 정보 누설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총무성은 20일부로 스즈키 사무차관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스즈키 사무차관은 그날 곧바로 사직했다.

앞서 19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자민당의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일본의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 리조트 사업에 관심을 가진 중국 기업 ‘500.COM’이 일본으로 수백만 엔을 부정 반입했는데, 여기에 아키모토 의원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아키모토 의원은 지난해 10월까지 국토교통성 부대신으로 지내며 복합리조트 사업을 담당했는데, 당시 500.COM 관계자를 만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 검찰이 현역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2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칼럼에서 “정권 수뇌가 ‘공(公)’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과 ‘자신’만을 위해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베 신조#추가 비리 의혹#총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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