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헌법 유린” 공화 “부당 탄핵”… 대선 쟁점으로 맞불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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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안 美하원 통과]
둘로 갈린 미국… 지지층 결집 여론전

워싱턴=AP 뉴시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역사상 3번째로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면서 정치판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탄핵소추안 하원 통과, 상원 부결이라는 예상 답안이 나와 있음에도 극단으로 갈린 여야는 각각 탄핵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이를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갈 기세다.

○ 워싱턴 흔드는 탄핵 후폭풍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하원 통과는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1년 만에 이뤄진 것.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말기에 하원에서 탄핵당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탄핵은 첫 번째 임기인 데다 대선까지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역사적인 탄핵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의 고심은 깊다.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를 차지한 상원이 탄핵심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다 여론조차 꿈쩍하지 않고 있기 때문. 민주당은 45석, 무소속이 2석이다. 게다가 공화당은 이날 단 한 개의 이탈표도 없이 똘똘 뭉쳐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한 반면에 민주당에서는 이탈표가 발생하며 단일대오가 무너졌다. 지난달 하원의 탄핵조사 결의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던 제프 밴 드루 의원과 콜린 피터슨 의원 외에 보수 성향의 재러드 골든 의원이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안에 반대했다.

이날 탄핵안 표결에 앞서 11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에서 격돌했던 공화, 민주 양당은 탄핵 정국을 대선에서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헌법 유린과 민주주의 훼손으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낙인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 포인트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화당은 부당하게 탄핵당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하는 등 역공에 나설 계획이다.

○ 상원 이송 절차 두고 충돌

18일 미국 워싱턴 하원에서 낸시 펠로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검은색 원피스 차림에 입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곤봉 브로치’를 하고 온 펠로시 의장은 상원이 공정한 절차를 확립해야만 탄핵안을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18일 미국 워싱턴 하원에서 낸시 펠로시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검은색 원피스 차림에 입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곤봉 브로치’를 하고 온 펠로시 의장은 상원이 공정한 절차를 확립해야만 탄핵안을 송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그것(탄핵 재판)은 새해 워싱턴에서 진행할 상원의 최우선 비즈니스”라면서 탄핵안이 넘어오는 대로 이를 부결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상원이 탄핵심판을 어떤 과정으로 진행할지 알기 전까지 탄핵 매니저(탄핵 소추위원)들을 지명할 수 없다”며 탄핵안을 상원으로 넘기는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에서 공화당 표는 하나도 없었다”며 “상원은 탄핵 심판의 시간과 장소를 정할 것이다. 민주당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동적으로 패배할 것!”이라고 썼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상원의 심리와 전체 표결을 거친 뒤에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탄핵이 결정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2021년 1월 20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탄핵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되레 정치 후원금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또 CNN방송에 따르면 4∼15일 발표된 6번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지지율은 46%로 10월 탄핵조사 개시 때보다 오히려 3%포인트 낮아졌다. CNN은 이를 바탕으로 “하원의 탄핵 절차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최지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탄핵소추안#하원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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