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왜 여당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는가

  • 동아일보

국회 표결 분석하니 진영 내 분업 구조 확인
민주당 중도층 흡수 뒤 강성은 조국당으로
국힘은 가장 오른쪽 점해 중도층 갈 데 없어
보수진영 내 잘못된 역할 분담이 與에 기여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요즘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무엇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한국갤럽의 가장 최근 주간 조사 결과(전화면접 방식·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이 대통령은 58%, 더불어민주당은 41%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개월간 거의 변화가 없다. 국민의힘은 24%다. 원내대표가 아들 특혜 편입·취업과 ‘공천 헌금’ 수수 의혹으로 제명되고, 현직 의원이 성추행 논란에 휘말리며, 위헌 논란이 있는 법안을 잇달아 단독 통과시켰음에도 지지율은 미동도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현재 정당 구도는 진보 진영의 민주당·조국혁신당, 보수 진영의 국민의힘·개혁신당으로 구성돼 각 진영 내에 거대 정당과 소수 정당이 병존한다. 다른 소수 정당들도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 대 2 구도로 볼 수 있다.

필자는 22대 국회에서 의결한 862개 법안, 총 20만8086건의 표결 기록을 베이지언 문항반응이론(IRT) 모델로 분석해 개별 의원들의 표결 경향 점수를 추정했다. 양(+)의 방향은 상대적 보수, 음(―)의 방향은 상대적 진보가 되도록 조정했다. 이에 근거해 정당별 위치를 추정한 결과 소속 의원 수가 3인 이상인 정당들 중 왼쪽부터 조국혁신당(―1.346), 진보당(―0.993), 민주당(―0.936), 개혁신당(0.272), 국민의힘(1.224) 순으로 배치돼 있었다.

같은 진영에 속한 두 정당의 위치가 겹치면 서로 표를 잠식해 진영 전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롭게도 조국혁신당은 진보당보다도 더 진보적인 표결 성향을 보였다. 반면 진보 진영의 거대 정당인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이었다. 보수 진영은 역할 분담이 반대였다. 거대 정당인 국민의힘이 더 강경한 위치에 있었고, 소수 정당인 개혁신당은 온건한 성향이었다.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런 차이는 어떤 함의를 가질까. 이론적으로 진영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는 거대 정당이 중도 포지셔닝 효과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갈 수 있는 중도 유권자를 차지해야 유리하다. 소수 정당은 이 역할을 하기 어렵다. 중도 유권자들이 “내 투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소수 정당은 진영의 극단에 위치를 잡는 것이 진영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같은 진영의 거대 정당이 ‘산토끼’를 잡기 위해 중도로 이동할 때 실망해 투표를 포기하려는 ‘열성 지지층’을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소수 정당이 극단적 주장을 계속하면 대중의 인식 속에서 거대 정당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온건한’ 것으로 느껴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 요컨대 거대 정당은 중도 부동층을, 소수 정당은 강성 지지층을 각각 흡수함으로써 진영 전체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득표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 정치 상황에 대입해 보면 진보 진영은 거대 정당과 소수 정당 간 역할 분담이 이상적인 반면, 보수 진영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 현 여당의 행태는 중도층에 어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온건하게 보이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을 과도하게 ‘배신자’로 공격하지도 않는다. 중도층이 보기에 진영 전체가 분열된 것처럼 보이면 거대 정당의 중도 공략에 타격을 줘 진보 진영 전체의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지 모른다.

반면 보수 진영은 거대 정당인 국민의힘이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다 보니 중도 유권자들의 유입이 매우 어렵다. 더구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취임 이후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해 더욱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전략을 펴 왔다. 반면 중도에 가까운 개혁신당은 소수 정당이다 보니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중도 유권자 유입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역전된 역할 분담 때문에 보수 진영 전체의 확장성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의 개인적 악연에 계엄 문제까지 더해지다 보니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비판에 주저함이 없다.

현재의 진영 내 분업 구조는 여당 지지율의 하향 경직성에 기여해 여당의 잘못이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거대 야당이 극단에 위치해 있으니 미워도 여당 지지를 철회할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지 않다. 또 여당에 비판적이어도 대안이 없다고 느껴 여론조사 참여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지지율 조사에서도 여당 지지율이 떨어질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보수 진영의 위기는 소수당인 개혁신당이 중도에, 거대당인 국민의힘이 극단에 위치한 ‘비효율적 배치’에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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