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투 상징’ 이토 시오리 기자, 가해자에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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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8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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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30) 기자가 피의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시오리 기자는 자신을 성폭행한 전 유명 방송기자로부터 330만엔(약 3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고 18일 AFP통신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지방법원 스즈키 아키히로 재판장은 “피고는 원고(이토 기자)가 만취해 의식이 없을 때 합의 없이 성행위를 했다”고 인정하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피해를 허위로 신고할 동기가 없다”며 객관적 사정에 비춰 진술이 상대적으로 신빙성이 높은 반면, 피고인 야마구치 타카유키(山口敬之·53) 전직 TBS 기자의 진술은 “중요한 부분에서 비합리적으로 바뀌고 신빙성에 중대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야마구치는 합의가 있었다고 반박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이토 기자가 저서를 통해 피해를 공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3000만엔(약 13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토 기자의) 공개 내용은 허위, 명예 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이토 기자는 판결 후 법원 앞에서 ‘승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웃으며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참으려 애쓰며 목멘 목소리로 “솔직히 지금 기분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토 기자는 “이 사건이 강간에 대한 일본의 법적·사회적 인식 환경을 바꾸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토 기자는 야마구치가 2015년 4월 자신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한 초밥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한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의식이 없는 자신을 인근 호텔로 데려가 강간했다며 1100만엔(약 1억1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는 야마구치가 자신에게 약을 먹였을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신고 당시 경찰이 약물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지방검찰은 2016년 7월 혐의 불충분으로 야마구치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이토 기자는 2017년 5월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일본 미투 운동의 시작을 이끌었다. 하지만 도쿄 제6검찰 심사회는 2017년 9월 불기소 처분을 뒤집을 이유가 없다며 ‘불기소 상당’으로 의결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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