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스쿨 나온 똑똑한 사람” 과시한 트럼프, WP 취재에 체면 구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0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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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주 내세우는 자랑 거리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교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들어가기 가장 힘든,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고 치켜세우고 와튼 졸업을 ‘천재적인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의 취재력에 체면을 구겼다.

8일(현지시간) WP는 제임스 놀란 전 펜실베니아대 학부 입학처장과의 장문 인터뷰를 실었다. 놀란 전 처장은 1966년 트럼프 대통령이 와튼스쿨에 편입을 지원했을 당시 면접한 인물.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사립대인 포덤대에 재학했다 와튼스쿨로 적을 옮겼다. 놀란 전 처장은 “그때는 (와튼스쿨) 입학이 어렵지 않았다. 확실한 건 (트럼프를 인터뷰할 때) 천재가 앞에 앉아있다는 별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 친구에게 편입 면접 본 트럼프, 기부입학 여부는 불확실

놀란 전 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형인 고(故) 프레드릭 트럼프 주니어와 절친한 사이로 1966년 당시 펜실베니아대 입학처직원이었다. 그는 “프레드가 전화해 ‘내 동생 도널드 기억하지? 걔가 지금 포덤대에 다니는데 와튼으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놀란 전 처장에 따르면 당시 펜실베니아대 지원자 중 절반 이상이 합격증을 받았다. 그는 트럼프 같은 편입생의 합격률은 훨씬 높았다고 했다. WP에 따르면 1966년 당시 입학률은 공식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펜실베니아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980년대 입학률은 40%정도다. 최근 발표된 입학률인 7.4%와 비교하면 확실히 높은 비율이다.

이날 놀란 전 처장의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와튼 입학을 둘러싼 자세한 내용은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2000년 그웬다 블레어가 쓴 전기 ‘트럼프’에는 “‘친절한’ 입학사정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형인 프레드릭 트럼프 주니어의 친구였다”고만 언급된다. 프레드릭 트럼프 주니어는 1981년 사망했다. 놀란은 트럼프의 입학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당시 자신의 상사에게 있었고 자신의 인터뷰가 트럼프의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당시 와튼스쿨에서 부유층 자제는 다른 입학생들보다 먼저 합격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기부를 많이 할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펜실베니아대 아카이브에는 트럼프 아버지(프레드릭 트럼프)의 기부 기록이 없다. WP는 당시에는 익명 기부도 많아 트럼프 일가의 기부 여부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펜실베니아대는 WP의 트럼프 합격 관련 기록 공개 요청을 ‘기밀’이라며 거부했다.

●오바마 성적표 공개 외치던 트럼프, 자신 성적표 공개는 거부


정치에 나서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배경’이 대통령의 자질 검증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가 끔직한 학생이었다고 들었다. 문제아가 어떻게 컬럼비아대, 하버드 대학원에 갈 수 있느냐”며 오바마에게 “대학 성적표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2016년 자신의 대선 유세 때에는 성적표 공개를 거부했다. 당시 그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성적을 공개하면 고소하겠다”며 대학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대선 유세 당시 늘 자신이 “와튼스쿨을 나온 똑똑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학창시절을 보낸 한 와튼 동문은 “(트럼프가) 밝았지만 늘 게을렀다. 책을 안 읽었다. 멍청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기회주의자적인 면은 있었다. 돈버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최고 명문이 와튼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와튼 입학을 한 것은) 기회주의적 본성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픈 대통령은 1987년 쓴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는 학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와튼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위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학위는 많은 것을 증명할 수 없는데 사업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매우 중시한다. 그런 걸 다 고려하면 와튼에 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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