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내 글 본다면 만날 것” 트윗… 하루만에 전격 성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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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판문점 정상회담]
숨가빴던 北-美 물밑채널… G20前 “김정은 안 만난다”던 트럼프
방한날 아침 ‘DMZ회동’ 깜짝 트윗… 5시간뒤 北 “매우 흥미로운 제안”
北-美, 직통전화로 의중 확인후… 비건-볼턴 예정됐던 靑만찬 불참
北실무진에 공식문서 전달한듯… 北, 어제 새벽 회동 최종회신


정전협정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기까지 양국 간 물밑접촉은 은밀하고 숨 가쁘게 이뤄졌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사흘 전만 해도 불투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수행차 먼저 한국에 도착해 있던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 역시 DMZ 사전 답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출국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달 29일 오전 7시 51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방한 계획을 알리며 “만약 이걸 김 위원장이 본다면, DMZ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깜짝 제안을 하면서다. 북한은 즉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약 5시간 후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양국 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우리는 이와 관련한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며 사실상 공식협상 제안을 촉구했다.

이후 비건 대표를 포함한 백악관, 국무부 대북정책 담당 인사들이 움직였다. 예정에 없던 판문점 실무접촉에 앞서 북-미 양측은 유엔사와 북한군 간의 직통 전화로 서로의 진의를 파악했다. 비건 대표 측은 최선희 부상 담화가 공식 문서를 필요로 한다는 뜻인지를 물었고 북측이 호응하면서 실무접촉 채비에 나섰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약 4개월 만에 실무협상이 재개된 것이다.

오후 3시 45분쯤 숙소인 하얏트호텔을 떠났던 비건 대표는 이날 밤 청와대 상춘재 환영 만찬에 나타나지 않았다.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과 접촉할 수 있었던 시간대는 이때가 유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긴급하게 북-미 실무진 간 접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만찬에서 돌아온 이후인 오후 10시가 넘어 앨리슨 후커 백악관 NSC 한반도 보좌관과 함께 복귀했다.

비건 대표는 그의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최선희 부상이 아닌 다른 외무성 고위 관계자를 만나 DMZ 회동을 공식 제안하는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동선과 의전을 최종 조율할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배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긴박했던 양측은 30일 이른 새벽 북측의 최종 회신으로 DMZ 회동을 확정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후 만 하루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기자단을 만나 “김 위원장이 24시간도 안 돼 그렇게 빨리 통보(a quick notice)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북-미 3차 정상회담은 사실 이전부터 추진돼 온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익명의 정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 답장을 보낼 때 DMZ를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각에서는 즉흥적인 제안과 회담 형식마저 사전에 철저히 기획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오전 “오랫동안 계획해 왔다(long planned)”며 비무장지대 방문 계획을 언급했고, 주초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DMZ 방문에 대해 “(방한 때) 내가 갈 곳은 한 곳”이라며 ‘만약 김정은이 제안한다면 그곳에서 만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뒤늦게 전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미 정상회담#dmz회동#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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