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보통신 보호 국가비상사태 선포… 中화웨이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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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갈등 ICT로 확전]트럼프 ‘적대세력 배제’ 행정명령
美상무 “화웨이 거래제한 기업 올려”… 美제재 정부기관서 민간으로 확대
화웨이 “美소비자에게도 손해” 반박
WP “美-中갈등, 트럼프 재선카드로”

비상 걸린 화웨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우산을 쓴 채 화웨이 스마트폰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화웨이를 겨냥해 미국의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베이징=AP 뉴시스
비상 걸린 화웨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우산을 쓴 채 화웨이 스마트폰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화웨이를 겨냥해 미국의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베이징=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정면 조준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화웨이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한 접근이다. 이를 통해 ‘관세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ICT 분야에서도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무역전쟁이 더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미, 중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 거래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외국 적대세력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및 서비스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 자체가 화웨이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곧이어 발표된 미 상무부의 조치로 ‘과녁’이 화웨이임이 분명해졌다.

상무부는 이날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계열사가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부터 얻어야 한다. 이는 며칠 후부터 발효될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측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環球)시보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이 화웨이에 제한을 가한다고 해서 미국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미국이 더 강력해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통신시장에서 중국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미 의회는 2012년부터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시장 진입을 강력하게 막아왔다.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1070억 달러(약 127조4300억 원)이며 이 중 91.4%를 미국 외 지역에서 거뒀다. 세계 직원 18만 명 중 미국 근무 직원도 1200명에 불과하다.

○ ICT 패권전쟁 격화

화웨이의 실제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이번 행정명령은 세계 5세대(5G) 통신망 산업에서 화웨이를 몰아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앞두고 미 통신기업 임원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5G 경쟁에서 반드시 미국이 이겨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 등을 심어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이날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상무부의 거래제한 조치가 동시에 나왔으며, 거래제한 대상이 정부 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확대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미국 기밀을 빼돌렸다며 화웨이 창업주의 장녀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 및 임직원 등을 기소했다. 특정인을 겨냥한 ‘솜방망이’ 제재가 아닌 특유의 ‘최대 압박’으로 화웨이를 굴복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갈등을 2020년 대선에서 승리 카드로 쓰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당장의 경제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반중(反中) 전략이 대선 국면에서 유리할 것이며,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가 내세웠던 ‘미중관계 재정립’ 공약과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최지선 기자
#중국#미국#무역갈등#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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