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약혼녀 “트럼프의 침묵 실망스럽다”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6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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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관계 고려해 침묵한 트럼프 원망
“사우디 정부, 보상·조의 등 일언반구도 없어”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37)가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처 방식에 실망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고려해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해왔다.

하티제 젠기즈는 카슈끄지가 생전에 소속돼 있던 매체 워싱턴포스트(WP)와의 15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현상에 저항하고 권력에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무대가 돼준 미국을 자말은 늘 옹호했다”면서 “사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보고 정말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배후에 있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국제사회로부터 언론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의 묵살했다는 게 젠기즈의 시각이다. 젠기즈가 이 정도로 미국 정부에 목소리를 높인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피살 계획을 승인했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우디에 징벌적 조치를 내리길 주저했다. 사우디가 미국의 무기를 많이 구매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젠기즈는 “사우디 정부는 나에게 보상을 제공한다고 한 적도 없고, 연락을 취해 약혼자인 내게 조의를 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카슈끄지의 자녀 4명은 사우디 정부로부터 수백만달러의 현금과 주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인 젠기즈는 결혼 서류 작업을 위해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입성한 카슈끄지를 마지막으로 본 인물이다. 미국과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파견 요원들에게 피살당했고 그 시신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젠기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건 당시 사우디 정부를 똑똑히 비판했던 점을 언급했다. 사건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겨냥해 “정상 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가 아니다”라면서 “(왕세자는) 괴상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난했었다. 오히려 카슈끄지와 관계 없는 나라인 터키가 더 나서서 사우디를 비판해줬다는 얘기다.

카슈끄지가 사망한 뒤 젠기즈는 한때 미국 이민을 생각했지만 결국 영국 런던을 선택했다.

또 젠기즈는 사우디가 카슈끄지의 유해를 찾는 과정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으며, 자신이 터키 당국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젠기즈는 자신이 카슈끄지가 여전히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만일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그가 살아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기즈는 16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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