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산 원유수입금지 예외 연장 안 한다” 석유화학업계 타격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2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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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 일본 등 5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의 ‘한시적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란제재 차원에서 나온 이번 결정으로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석유화학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국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 오전 언론브리핑을 갖고 현재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어떤 나라에도 더 이상 제재 면제를 승인하지 않을 것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5월2일 시한이 만료되는 6개월의 한시적 예외조치를 인정받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 터키, 중국, 인도 등 모두 8개국이다. 이중 이탈리아와 그리스, 대만은 현재 이란산 원유 수입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미 정부가 나머지 5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서서히 줄일 추가 시간을 줄지, 아니면 바로 내달 3일부터 수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국의 제재를 적용할지는 명확하지는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결정한 지 약 1년 만에 모든 나라가 이란산 석유의 수입을 완전하게 끝내거나 아니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헤란의 불법적 (테러)행동을 종식시키기 위해 ‘최대 압박’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적인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달 초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 지정으로 지정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 및 개인들에게 제재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런 미국의 결정은 세계 원유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같은 산유국들이 이란산 원유 감소를 상쇄할 수 있도록 미국을 지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와 이에 대해 협의를 마쳤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며, 석유시장 상황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면제조치를 종료할 생각이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만 해도 이란의 원유수출 금지시 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언 후크 국무부 대(對)이란특별대표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2019년에는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상황이 좋아진 만큼 앞으로 제재 정책에 예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꾸려진 협상팀을 통해 미국과 예외조치 연장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미국의 정책변경을 끌어내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측 실무팀은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에 “이란 제재로 동맹국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는 미국의 이런 ‘최대의 압박’ 정책은 남북한 양 쪽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개발을 놓고 미국과 충돌할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관련국들도 가차없이 제재 적용을 받게 된다는 간접적인 압박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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