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그대로’ 對 ‘신기술 도입’ …佛,노트르담 복원 논쟁 격화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9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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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디자인 또는 현대 자재 사용 반대…본모습대로 복원해야

프랑스에서 노트르담 성당 복원 방식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가 화마로 크게 손상된 노트르담 성당 복원에 현대식 디자인 또는 현대 자재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프랑스 야권 정치인들이 그럴 경우 중세풍으로 건축된 성당의 원 모습을 제대로 살려낼 수 없을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 펜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TOUCHEPASNOTREDAME(노트르담을 건드리지 마라)라는 해시태그를 개설하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의 성당 복원 방식 언급에 대해 격렬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필리프 총리는 하루 전인 17일 화재로 무너져내린 19세기의 첨탑과 지붕 등을 교체하기 위해 국제건축 공모를 실시할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필리프 총리는 또 복원될 첨탑이 무너져내린 원래의 첨탑과 똑같아야 하는지, 같은 자재를 이용해 복원돼야만 하는지, 똑같은 모양으로의 복원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 성당을 5년 내에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축가들이 불타 없어진 첨탑과 지붕을 구성했던 참나무 들보를 대체할 막대한 목재들을 찾아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이다.

일부 건축가들은 목재 대신 철강 빔을 사용하고, 지불 표면도 납 대신 티타늄으로 처리하며 들보는 탄소섬유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RN의 떠오르는 젊은 스타로 다음달 치러질 유럽의회 선거에서 1번 순위를 받은 조르당 바르델라는 노트르담 성당은 반드시 원래 모습대로 복원돼야 한다며 현대의 자재를 이용해 성당을 복원하겠다는 생각에 대해 조롱했다. 그는 “미친 짓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프랑스의 문화유산은 존중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우익 공화당 대표 역시 노트르담 성당이 본래 모습대로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럽의회 선거에서 공화당 1번 순위를 받은 프랑수아-사비에르 벨라미는 마크롱 대통령과 각료들에 대해 오만함과 조급함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논란은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시절 루브르 박물관 현대화 작업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는 유리 피라미드를 설치하는 것을 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었다.

한편 프랑스의 부호와 대기업들로부터 이미 8억 유로(약 1조222억원)이 넘는 막대한 기부금이 노트르담 성당 복원을 위해 모아졌는데 이 역시 또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노조 지도자들과 반정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노란 조끼’ 측은 프랑스 빈곤층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부호들과 대기업들이 문화 재난 사태에 신속한 대응을 보인 데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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