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권좌 지킨 수단 바시르 대통령, 쿠데타로 집권했다 쿠데타로 쫓겨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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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군사위원회가 통치”

30년간 집권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사진)이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1989년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바시르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운명을 맞았다.

1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아메드 아와드 이븐 아우프 수단 부통령 겸 국방장관은 국영방송에 출연해 군부가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한 뒤 구금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군부는 총리와 집권당 대표 등도 구금했고, 내각은 해산했다. 아우프 부통령은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신이 이끄는 군사위원회가 2년간 통치한다고 밝혔다.

수단 시민들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빵값 인상 등에 반발하며 바시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바시르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분노로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바시르 대통령은 시위에 맞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군경이 최루가스와 실탄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수단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보안요원 3명 등 3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사망자를 78명으로 집계했다고 CNN은 전했다.

수단 경찰 지도부는 9일 “시위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을 표명했지만 사실상 정권에 등을 돌린 것이다. 같은 날 수도 하르툼에 진입한 정부군은 시위대를 보호했다. 시위대는 국방부 앞에서 농성하며 군부의 시위 동참을 요구했다. 결국 군부마저 등을 돌리면서 30년 장기집권은 막을 내렸다. 바시르 대통령 축출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축했다. 수단 정보당국은 이날 정치범을 모두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군인 출신의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고 1993년 대통령에 올랐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3년 다르푸르 지역의 인종청소 지시 혐의 등으로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반군과 정부군의 무력 충돌로 30만 명이 숨지고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바시르 대통령#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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