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예약해줘”…AI 스피커로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 성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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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사, 병원 예약해줘. 혈당 수치도 알려줄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아마존이 자사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알렉사’를 통해 고객 처방약 배송을 추적하고 개인 의료 정보 등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의료보험회사 시그나(Cigna), 당뇨 관리회사인 리봉고헬스(Livongo Health), 대형 병원 등 5곳이 긴급진료 예약, 처방약 배송 추적, 의료보험 혜택 확인, 혈당 결과 통보 등의 새로운 알렉사의 기능을 개발했다. 병원 앱을 별도로 다운로드하거나 어려운 사용 설명서 등을 읽는 번거로움 없이 누구나 집에 설치된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편리하게 설명을 듣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음성 비서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21개 주에서 142개 병원을 운영하는 미국 최대 병원시스템 중 하나인 커먼스피리트헬스는 병원 예약 접수를 위한 자체 알렉사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부모들은 자녀의 수술 후 고통이나 식욕 부진 등을 알렉사를 통해 병원에서 보고할 수 있다. 프로비던스세인트조셉병원은 환자들이 알렉사 기능을 이용해 간이치료소 방문을 예약하거나 취소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그간 음성 비서를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환자의 사생활 보호 관련 규제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미국 의료보험 이동 및 책임법(HIPAA)은 헬스케어 회사들에 환자 정보의 기밀성을 유지하고 위·변조를 막는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아마존은 연방정부가 규정한 이 의료정보 보호 기준을 충족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민감한 의료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이에 대해 “아마존이 3조5000억 달러(약 4000조 원)의 헬스케어 시장에 진입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사를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의 성공 여부는 신원 확인, 오작동 방지, 환자들의 인식에 달려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가 음성 명령어를 잘못 인식하고 사람들의 대화를 녹음해 사용자의 연락처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알렉사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 같은 오작동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에 접속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식으로 이용자 신원 확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리봉고헬스의 경우 오작동을 막기 위해 당뇨 환자들이 알렉사를 통해 혈당 수치를 확인할 때 ‘blood(피)’와 ‘당(sugar)’ 단어 모두를 말해야 작동하도록 했다.

AI 음성비서가 장착된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2014년 알렉사 등장 이후 급성장했다. 에디슨리서치와 NPR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미국 성인 5명 중 1명이 스마트 스피커를 1개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벳의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등의 경쟁 서비스 등이 등장하면서 아마존의 음성 비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59%에서 지난해 40%로 떨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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