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원시부족 전도하러 갔다가 살해된 ‘美男’, 시신 수습도 불가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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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존 알렌 차우
사망한 존 알렌 차우
정찰 헬기에 화살을 쏘는 원주민
정찰 헬기에 화살을 쏘는 원주민
접근이 철저하게 금지된 인도의 한 원시 부족 거주지에 기독교 전도를 목적으로 들어간 20대 미국 남성이 부족에게 살해당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23일 미국 ABC와 영국 BBC 등은 지난 16일 인도 벵골만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의 노스센티넬섬(North Sentinel)에 들어간 미국 출신의 선교사 존 알렌 차우(남27)가 숨진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인도 본토에서 1200km가량 떨어진 인도양의 노스센티넬섬의 원주민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센티넬섬의 원주민 수는 1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수 세기 동안 외부인의 접근을 완강히 차단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19세기 영국인들을 만난 후 전염병이 퍼져 부족이 전멸당할 위기를 겪은 후 외부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서 인도 정부는 법으로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원주민들의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촬영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고 있다. 이 섬에 데려다주기만 해도 처벌받는다.

그런데도 존은 무리하게 원주민들 만나려 했다. 존은 생전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센티넬 섬의 부족을 전도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는 15일 카누를 타고 2~3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그의 접근을 도운 어부들에 따르면, 존은 부족을 향해 “내 이름은 존이다.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몇차례 접근 시도에 실패한 후 16일 어부들에게 2만5000루피(약 40만 원)를 주고 도움을 받아 섬에 발을 내디뎠다. 부족에게 줄 선물로 가위, 안전핀, 축구공 등을 가져간 그는 섬에 발을 내딛자마자 화살 공격을 받았다고 어부들은 말했다.

이튿날(17일) 인도 경찰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존의 시신이 해변 모래에 묻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인도 경찰은 존을 불법으로 배에 태워 섬에 데려다준 어부 7명을 체포했다. 존의 시신은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 인도 경찰은 “이 섬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04년 이 지역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도 헬기를 이용해 섬에 접근하려다가 부족이 화살을 쏘며 강렬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돌아온 바 있다. 또 2006년에도 섬에 들어간 인도 어부 2명이 살해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때도 인도 해안 경비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시신을 회수하러 갔다가 화살 세례를 받았다.

이들이 이토록 강하게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이유는 부족의 멸족을 막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와 오랜 세월 격리된 채 살아온 이들은 현시대에는 흔한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존은 섬에 들어가기 전날 어부들에게 “섬에 예수님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이 일을 한다. 제가 죽임을 당할지라도 원주민을 비난하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적은 메모를 친구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존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그의 가족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슬픔을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그는 크리스천이고 선교사였다. 구조요원이었다. 그는 하나님과 센티넬섬의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원주민들을 용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영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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