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프리카 53개국 정상 앞에서 대규모 자금 원조·차관과 군사 원조를 앞세워 아프리카로 중국의 세력권을 확장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면서 아프리카를 미중 패권경쟁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뜻도 나타냈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정상이 참석해 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정부 원조와 금융기구 및 기업의 금융투자 방식으로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66조7500억 원)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미 2015년 600억 달러의 원조 및 차관 제공 의사를 밝혔는데 여기에 추가로 600억 달러를 더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추가 지원하기로 한 600억 달러는 △무상 원조 및 무이자·특혜 차관 150억 달러 △신용대출 자금 200억 달러 △중국·아프리카 개발금융전문자금 100억 달러 및 아프리카 수출을 위한 무역융자 전문기금 50억 달러 등으로 구성된다.
시 주석은 중국 기업들의 향후 3년간 아프리카 투자가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이 되도록 추동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중국과 외교관계가 있는 아프리카 최빈국 등에 올해 말 기한의 미상환 무이자 정부 차관 채무도 면제해 주겠다고 했다.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국교를 맺지 않아 이번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은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랜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중국과 아프리카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면서 향후 3년간 이 운명공동체 실현을 위한 8대 행동계획을 밝혔다. 특히 여기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제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에 “무상 군사원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서아프리카 말리의) 사헬 지대, 아덴만, 기니만 등 지역 및 국가의 안보 수호 및 대테러 노력을 돕겠다”며 아프리카 문제에 대한 군사 개입 의도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시 주석의 기초 인프라 건설 등 통한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사회 치안, 유엔 평화유지, 해적 퇴치, 대테러 등 영역에서 무려 50가지 안보 원조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군사기지 추가 건설 등 다양한 군사 개입을 예고했다.
시 주석은 “2030년 전까지 아프리카의 기본적인 식량 안전이 실현되도록 돕겠다”고도 밝혔다. 아프리카 식량 문제 해결에 중국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아프리카 재난 국가에 10억 위안(약 1628억 원)어치의 식량 등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패권주의와 강권정치가 여전히 존재한다.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계속 고개를 든다”며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반대한다. 자신을 고립된 작은 섬에 갇히게 하는 것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무역 보호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전쟁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중화민족 부흥의 중국몽(蒙)과 아프리카 인민 단결 진흥의 아프리카몽이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몽은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시 주석이 내놓은 슬로건이다.
시 주석은 대규모 차관을 앞세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아프리카를 채무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이 좋으냐 나쁘냐에 대해서는 중국과 아프리카 인민만이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상상과 억측으로 중국 아프리카 협력의 현저한 성과를 부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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