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없는 아베 “3년 더 日 키잡이 노릇”… 역대 최장수 총리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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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자민당 총재 출마 선언
지방당원 표 의식 지방도시서 발표… 개헌-아베노믹스 심판론 시들
의원표 257표 확보 승기 잡아… 고립된 이시바와 싱거운 대결 예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20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26일 공식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문지인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루미즈(垂水)에서 항구와 바다를 배경으로 “일본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일본을 새로운 나라로 만들겠다”며 “앞으로 3년 더 일본의 키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3연임이 걸린 총재 선거 출마 선언을 굳이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도시에서 하는 것은 지방 당원들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다음 달 7일 고시된 뒤 20일 개표가 진행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다수당인 자민당 총재는 곧 일본 총리를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9월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 총재가 됐고 그해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어 총리 자리에 올랐다. 2015년에는 무투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2021년 9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2020년 8월 24일이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의 기록(재임일 2798일)을 깨고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다.

올해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405표)과 지방 당원(405표)의 투표로 진행되는데 아베 총리는 의원 표 중 257표를 이미 확보하며 승기를 잡은 상태다. 자신의 소속 파벌인 호소다(細田)파를 비롯해 아소(麻生)파, 니카이(二階)파, 기시다(岸田)파 등 당내 주요 파벌들이 아베 지지를 선언했다. 무소속 73명 중에서도 30여 명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영향력하에 있어 아베 총리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보인다.

총재 선거는 앞서 10일 출마를 선언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의 1 대 1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자민당 내에서 아베의 1강(强) 독주에 맞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지방 당원 표의 55%를 차지하고도 국회의원들의 투표인 2차 투표에서 아베 총리에게 패해 분루를 삼킨 바 있다.

당시 선거 결과에 자민당 지방조직이 “지방 경시”라며 반발한 결과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당원 표의 비중이 커졌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지방 표 굳히기에 여념이 없다. 아베 총리는 공무에 의한 지방 출장을 이용해 지방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총리를 지지하는 파벌들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서 아베 지지를 호소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주말 대부분 지방을 돌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신의 파벌 20명 외에 다른 파벌을 포섭하지 못하다가 당내 제3 파벌인 다케시타(竹下)파가 구원투수로 나서며 한숨을 돌렸다. 다케시타파는 내부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다가 투표는 자유롭게 하되 중의원 소속 34명은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참의원 소속 21명은 이시바를 지지하는 노선을 취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다케시타파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 선거 후 정계에서 축출될 것이라는 말까지 도는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시바 전 간사장은 날로 고립되는 분위기다. 역시 당내에서 반(反)아베 목소리를 내 온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부(副)간사장,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을 포섭하는 데 애써 왔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26일 노다 총무상이 총재 선거 출마를 단념했다면서 조만간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번 총재 선거는 개헌과 아베노믹스, 아베 1강의 오만에 대한 심판론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이 또한 불투명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아베 총리에 대한 직접 공격을 피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12일 “개헌안을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며 총재 선거를 개헌 추진의 발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자민당은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의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 보유 불가)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마련한 바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젊은층일수록 개헌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무관심 경향도 강해 투표 참여율은 낮은 편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역대 최장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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