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 비판 “2020년 ‘추락하는 코요테’ 신세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2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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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에 경고를 보냈다. 이미 완전고용 상태인 미국 경제에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펼치다가는 정작 경기침체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에 대해 “매우 잘못된 시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책이 올해와 내년 경제에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2020년에는 ‘와일 E. 코요테’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던졌다. 와일 E. 코요테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배급사 워너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루니 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다른 주인공인 로드 러너를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다 절벽에서 추락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분별없이 질주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비유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개인·법인세를 감면하고 재정 지출을 3000억 달러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추산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3.3%와 2.9%로 점쳐진다.

실업률도 호조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8%로 지난 5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낮고 경기는 과열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에서 왜 대대적인 경기 부양정책을 쓰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버냉키는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기로 접어드는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서는 해라는 점을 지적했다. CBO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1.8%로 떨어진다. 그는 이 같은 미국 경제의 부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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