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中미래먹거리, 中은 美농산물… 서로 아킬레스건 겨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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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보복관세 무역전쟁 격화


“우리는 지난 25년간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역적자에 대해 상당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보호주의는 개방의 문을 닫는 것 같아 반드시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중국 외교부)

미국과 중국이 1979년 수교 39년 만에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농산물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보복 관세 조정 기간인 약 60일이 미중 무역전쟁 해결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조준

트럼프 행정부가 3일(현지 시간) 발표한 1300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엔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3위 안에 들겠다고 선언한 반도체, 통신장비, 배터리 등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의 10대 전략 산업이 골고루 포함됐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품목 선정과 관련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수혜를 본 품목과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칙에 따라 선정했다”고 블룸버그뉴스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3750억 달러(약 399조 원)에 이르는 대중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이 합작투자 형식으로 외국계 기업에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미국 기업 인수,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추시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억제하고 첨단기술 발전에 타격을 주려는 ‘일석이조’를 노린 행위”라며 “미국의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 트럼프의 ‘아픈 손가락’ 팜벨트 보복

미국이 중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하자 중국은 약 12시간 만에 대두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중무역전국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미국의 대중 수출품 1위는 유지종자 및 곡물, 2위는 항공기 및 항공기부품, 3위는 자동차였다. 미국의 대중 수출 1∼3위 품목이 타깃이 된 것이다.

중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농촌의 ‘팜벨트’와 쇠락한 제조업지역인 ‘러스트벨트’의 수출품을 정조준했다. 미국 시카고상품시장에서 대두 값이 급락하고 뉴욕증시도 4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농민단체 ‘자유무역을 위한 농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출품에 세금을 낼 여유가 없는 미국 시골 농부들의 말에 정부가 귀 기울여 주길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 ‘60일간 샅바싸움’ 남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5월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 등 60일의 조정 기간을 거친 뒤 보복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토대로 18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한다. 중국도 관세 부과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협상을 위해 2개월에서 최대 7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미국이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3∼0.4%포인트 감소한다. 중국도 득이 될 게 없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무역전쟁에 승자가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월가의 불안감과 제조업계, 농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 양국의 샅바싸움이 길어질 경우다. 양국이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은 에너지 금융 통신 분야의 중국 국영기업을, 중국은 미 국채 매각이나 자국 내 미국 자동차 회사 등을 추가로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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