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위해… 反EU 색깔 빼는 유럽 극우-극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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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국민전선-伊오성운동 등 EU탈퇴 강경노선서 선회
최근 선거 약진-공동정부 구성 늘며 국민 눈높이 맞춰 온건 이미지로

“이제 국민전선(FN)은 반EU 정당이 아니라 EU 개혁 정당이 될 것이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프랑스 극우 정당 FN은 대선 때까지 외쳤던 유로존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대선 당시 마린 르펜 FN 후보는 “유로가 아닌 프랑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유로존 탈퇴를 주장했었다.

르펜의 핵심 참모 니콜라 베 FN 부대표는 최근 “우리는 유로존 탈퇴를 추진하지 않는다. 각 국가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유럽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극우 성향의 정권들도 EU 탈퇴가 아닌 통합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원한다”며 “이들과 속도를 맞추겠다”고 밝혔다. FN은 EU 통합을 추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에 맞서 “EU 집행위를 없애고 국가들 간의 협의 기구로 바꿔야 한다”며 EU 힘 빼기로 전략을 바꿨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대선 이후 당 노선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다. 그 과정에서 “집권 1년 뒤 프랑스인들은 프랑화로 바게트를 사게 될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공약을 이끌었던 강성파 플로리앙 필리포 부대표가 당을 떠났다. FN는 이번 대선에서 700만에서 1000만의 고정표를 확보한 만큼 2019년 유럽의회 선거, 2022년 대선을 위해선 프랑스인들의 반감이 큰 유로존 탈퇴 공약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정치학자 장이브 카뮈는 “FN이 EU와 유로존에 대해 온건 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프랑스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반EU와 반난민이 정책의 두 축이었다. 하지만 최근 각국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이 2∼4위권으로 약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들은 유로존과 EU 탈퇴와 같은 극단적인 반EU 주장이 집권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기고 노선을 수정하고 있다.

올 3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 극좌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지난해 9월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 당선 이후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는 마지막 선택이며 우리는 EU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EU의 긴축 정책에는 반대하지만 유로존 탈퇴는 바라지 않는 이탈리아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우파 국민당과 연정 구성에 성공해 국정에 참가하게 된 오스트리아 극우정당 자유당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같은 국민투표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친EU’ 성향의 국민당과 눈높이를 맞췄다.

친EU를 내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전진이탈리아와 우파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본래 EU에 강하게 각을 세워 왔지만 최근에는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는 어리석은 일이다. 빚을 줄이기 위한 다른 해법이 가능하다”고 발언 수위를 낮췄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국민전선#선거#반eu#극우#극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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