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프랑스 50여년만에 교복 부활 움직임… 휴대전화 금지 이어 자율성 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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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정부 ‘교육개혁’ 시끌

프랑스 파리 외곽 수르됭 지역의 한 특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수업하고 있다. BFM TV 홈페이지 캡쳐
프랑스 파리 외곽 수르됭 지역의 한 특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수업하고 있다. BFM TV 홈페이지 캡쳐
“유니폼은 공동체 정신과 학교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프랑스 파리 7구 소르본대학 근처 생트 클로틸드 초등학교는 내년부터 교복을 착용하기로 최근 결정한 뒤 학부모에게 이런 유인물을 배포했다. 내년부터 이 학교 학생들은 파란색 블라우스와 네이비블루 코트에 하얀색 혹은 파란색 양말, 구두만 신어야 한다. 아이들이 입는 블라우스에는 학생의 이름을 자수로 새겨야 한다.

21일 오후 생트 클로틸드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델핀 씨는 “교복 부활에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복은 아이들을 아이들 자아 외에 다른 것으로 구분할 수 없게 한다”며 “아침에 학교 갈 준비도 빨리 할 수 있다”고 매우 반겼다. 그러나 엄마 손을 잡고 있던 아들 호망(9)은 “매일 아침마다 같은 옷을 입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며 썩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학교 스스로 교복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 교복을 입는 학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50년 만에 교복 부활에 시동을 걸 조짐을 보이자 프랑스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장미셸 블랑케르 교육장관은 최근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교복을 입고 싶어 하는 학교가 많다.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올해 대선에서 “국가와 유니폼 같은 상징성은 그 집단의 동질성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올해 초 하원에는 “선생님의 권위 회복과 학생들 간의 존중의 뜻을 나타내고 차별에 맞서기 위해 초중고에 교복을 도입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프랑스에서는 1960년대 후반까지 교복을 입는 중고교가 꽤 있었다. 당시에는 많은 학교가 잉크 자국을 막기 위해 가운을 입었고, 여고생들은 깨끗함의 상징으로 블라우스를 입었다. 그러다가 볼펜이 개발되면서 가운이 사라지고, 68혁명 등으로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점점 사라졌다. 그러나 올해 8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교복 부활에 찬성하는 등 찬성 여론은 늘어나는 추세다.

마크롱 정부는 교복 도입 외에도 자유롭게 놔뒀던 학생들의 복장과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조치들을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9월부터 초중생 휴대전화 학교 소지를 전면 금지했고 이달에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허락 없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했다.

블랑케르 장관은 “학생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만 보고 있는 건 ‘공공 건강’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파스칼 라르들리에는 “이미 학생들의 사이버 접촉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데 부모와 정부가 그 사용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 교육 관련 종사자들의 협회(SNPDEN)의 국가교육 담당자 리지안 제르베는 “교육 개혁은 교복 부활이나 휴대전화 금지 같은 게 아니라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게 우선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복이 교육 시스템을 발전시킨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며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마크롱#교육개혁#프랑스#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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