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출산 중인 산모 사진’ 삭제…“음란물 규제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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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8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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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씨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 일부
린 씨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 일부
대만의 산부인과 의사 린 추헝 씨는 최근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서비스 페이스북에 한 산모가 아이를 낳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산모의 허락을 받은 뒤였다. 그는 사진을 올리며 “우리 용감한 어머님이 방금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뒤 페이스북은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진을 ‘음란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8일 대만 영자매체 타이완 뉴스에 따르면 린 씨가 올렸던 사진은 순식간에 ‘좋아요’ 수천 건을 달성했지만, 몇 시간 뒤 페이스북 측은 이 사진이 ‘음란물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삭제 조치를 취했다. 린 씨는 사진 삭제 뒤 “어머니가 출산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두고 페이스북은 ‘음란물’이라며 금지했다. 매우 화가 난다”고 글을 썼다. 그는 곧 다른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같은 사진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은 해당 게시물을 특별히 제재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10억 달러를 들여 인스타그램을 인수했지만, 이후에도 인스타그램을 독립적인 회사로 인정하며 운영해 왔다.

현지 일부 네티즌은 페이스북이 사진을 삭제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출산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긴 하지만 사진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것. 문제가 된 사진에는 아이가 산모의 몸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산모는 자신의 몸 밖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아이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놀랍고도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출산’을 생각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고통스러운 얼굴은 아니다. 린 씨의 병원은 국지 마취를 이용해 자연분만 시 산모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사진 속 산모도 이 방법으로 아이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진을 올린 것은 어찌 보면 병원의 의료기술에 대한 일종의 홍보인 셈.

앞서 페이스북은 한 미국 여성이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하고 있는 모습을 음란물로 판단, 해당 사진을 올렸던 이용자의 계정을 ‘비활성화’ 했다며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은 “시스템상 실수”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은 “모유 수유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어머니들이 페이스북에서 자기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사과했다. 다만 페이스북은 이번 건과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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