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치고받은 트럼프-메이… ‘앵글로색슨 동맹’ 금 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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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英극우정당 동영상 리트윗… 무슬림 혐오-차별 선동하는 내용
메이 “트럼프 잘못” 대변인 통해 비난… 트럼프 “영국 일이나 신경써라” 반격
英 정치권-언론 트럼프 비판 줄이어… 노동당 “더 이상 우리 친구 아니다”

무슬림들이 성모 마리아상을 내던져 파괴하기 직전의 모습. 영국 극우단체인 ‘영국 우선’ 제이다 프랜슨 대표 대행이 올린 무슬림 
비난 영상 가운데 일부다. 11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포함해 프랜슨 대표 대행이 트위터에 올린 3건의 
반무슬림 영상을 리트윗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무슬림들이 성모 마리아상을 내던져 파괴하기 직전의 모습. 영국 극우단체인 ‘영국 우선’ 제이다 프랜슨 대표 대행이 올린 무슬림 비난 영상 가운데 일부다. 11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포함해 프랜슨 대표 대행이 트위터에 올린 3건의 반무슬림 영상을 리트윗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영국 총리를 실명으로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당선 이후 유럽연합(EU) 분열을 부추겨 독일, 프랑스와 멀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서양 앵글로색슨 동맹인 영국과도 균열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백악관에서 만난 해외 정상이다.

문제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영국 원외 극우정당인 ‘영국 우선(Britain First)’ 제이다 프랜슨 대표 대행(31·여)의 트위터 동영상 3건을 리트윗하면서부터다. 동영상에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011년에 만들어진 ‘영국 우선’은 영국의 이슬람화를 반대한다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프랜슨 대표 대행 역시 지난해 8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무슬림을 위협하고 모욕하는 폭력적인 연설을 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상태다.

메이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영국 우선’은 거짓말을 퍼뜨리며 증오에 가득 찬 말로 국가를 분열시키는 이들”이라며 “트럼프가 잘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장 강력한 비판 발언이었다.

그러자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메이 총리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한테 집중하지 말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행위에나 신경 쓰시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마침 메이 총리가 중동 지역을 순방 중인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이 동영상은 진위도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이었다. 세 개의 동영상 중 첫 번째는 이슬람 이민자처럼 보이는 남성들이 목발을 짚은 네덜란드 소년을 폭행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주미 네덜란드 대사관은 트위터에 “이 동영상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가해자는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며 그들은 국내법에 의해 형을 선고받았다”고 올렸다. 네덜란드 검사 대변인은 BBC에 “그들은 이민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슬람 이민자와는 무관한 이의 동영상을 홍보한 셈이다.

2013년에 유튜브에 올라왔던 이슬람권 남성이 성모 마리아상을 던져 깨뜨리는 동영상과 이슬람 군중이 한 소년을 건물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밀어 떨어뜨린 뒤 폭행하는 동영상도 리트윗했다. 이는 2013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위 당시 벌어졌던 일로 이 사건과 연계된 이들은 2년 후 기소됐고, 그중 한 명은 사형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이 영상의 진위를 묻자 “여러분은 엉뚱한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영상이 진짜든 아니든 간에 (무슬림의) 위협은 진짜”라고 대통령을 엄호했다.

동영상을 올린 프랜슨 대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축복을! 미국에 축복을!”이라는 트위터를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영국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혐오스럽고 위험한 리트윗”이라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래미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파시스트적, 인종차별적, 극단주의적인 증오 단체를 홍보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더는 우리의 동맹이나 친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여러 의원들은 “당신은 우리나라와 나의 도시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며 영국 방문 취소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영국 내 트럼프 방문 반대 청원이 쏟아져 내년으로 미뤄 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영국의 또 다른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조차 “그의 트윗은 정말 현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BBC는 “전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벌어지는 모든 결과들은 국제사회에서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를 공격한 트위터에서 메이 총리의 트위터 계정을 잘못 쓰는 실수도 저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인용한 ‘@theresamay’는 팔로어가 6명뿐인, 메이 총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일반인 여성 계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이 계정을 삭제하고 메이 총리의 계정(@Theresa_May)으로 수정해 트윗을 다시 올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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