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is beautiful’, 흑인해방운동 슬로건 내건 화장지 광고 ‘뭇매’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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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흑인해방운동 슬로으로 논란 된 화장지 광고. 트위터 캡쳐
사진=흑인해방운동 슬로으로 논란 된 화장지 광고. 트위터 캡쳐
사진=흑해방운동 슬로건은로 논란 된 화장지 광고. 트위터 캡쳐
사진=흑해방운동 슬로건은로 논란 된 화장지 광고. 트위터 캡쳐
브라질의 한 업체가 자사의 화장지 광고에 흑인해방운동의 슬로건 ‘검은 것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라는 선전 문구를 내걸어 비난을 사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브라질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샌서(Santher)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고급 화장지를 출시했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해당 제품의 광고였다. 광고에는 붉은색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 여배우 마리나 루이 바르보사(Marina Ruy Barbosa)가 옷 대신 광고 제품인 검은색 화장지를 몸에 두른 채 등장한다. 화장지에는 ‘검은 것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라고 쓰여있다.

광고에 쓰인 ‘검은 것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는 1960년대 흑인해방운동의 슬로건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흑인의식운동의 창시자인 시민운동가 스티브 비코(Steve Biko)가 운동 당시 내걸었던 슬로건으로 더욱 유명하다.

때문에 흑인해방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표현을 백인 여배우가 등장하는 화장지 광고에 사용했다는 사실에 흑인 인권운동가를 비롯한 평론가의 비판이 이어졌다.

브라질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앤더슨 프란카(Anderson França)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날 이 표현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고, 이 표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해당 문구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브라질에서 이 표현을 본다면 그저 화장지가 떠오를 것”이라며 지적했다.

앤더슨의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천 번 이상 공유되는 등 전 세계 많은 누리꾼들 또한 해당 광고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제 이 표현은 그냥 화장지가 됐다. 이제 누가 흑인의 인권을 떠올리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광고 출시 다음날인 24일 샌서 측과 브라질 광고대행사 네오그마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한 유감을 표한 뒤 해당 표현을 광고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의 절반 이상이 흑인을 비롯한 다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 또는 주요 매체 광고에는 대부분 백인 모델이 등장하는 것이 브라질의 실정이다.

이와 관련 브라질 흑인인권위원회 수석 변호사인 움베르토(Anderson França) 는 “이번 일은 브라질 광고 산업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의 논란”이라며 “이러한 광고는 인종차별주의를 강화시켜 무의식적으로 인종차별주의를 받아들이게 한다.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이번 일에 경종을 울렸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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