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英모델, 납치돼 ‘성노예’로 팔릴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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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온라인 경매에 사진 올려… “불법웹 운영 ‘블랙데스’ 사주” 주장
모델이 “아이 있다” 밝히자 풀어줘… 경찰, 추가범행 여부 수사 나서

20세 영국 여성 모델이 납치돼 온라인 인신매매 경매에 팔릴 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탈리아 검찰은 5일(현지 시간) 모델을 납치한 용의자로 영국에 사는 폴란드 국적의 루카시 헤르바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사진 촬영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간 이 모델은 다음 날 밀라노 중앙역 근처 스튜디오에 도착했다가 헤르바를 포함한 두 명의 남자에게 납치됐다. 이들은 모델에게 마취제인 케타민 주사를 투여한 뒤 입을 막고 수갑을 채운 상태로 큰 가방에 넣어 차 트렁크에 실었다. 이들은 2시간 30분을 달려 밀라노로부터 120마일(약 193km) 떨어진 보르잘의 작은 농장 내 외딴집으로 갔다. 모델은 이후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랍 안 나무 상자에서 수갑을 찬 채 갇혀 있었다.

그사이 헤르바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열어 30만 유로(약 4억 원)에 ‘성노예’로 그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헤르바는 상반신이 벗겨진 채 묶여 있는 여자의 사진과 함께 ‘미국 출신, 파리에서 유괴, 47kg’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경찰 조사에서 헤르바는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불법 웹사이트 ‘다크 웹’을 운영하는 ‘블랙데스’ 그룹의 사주를 받고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경찰은 “2년 전쯤 유럽 사법경찰인 유로폴이 다크 웹인 블랙데스를 추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집에서는 블랙데스는 1994년에 만들어졌으며 폭발, 마약, 인신매매, 무기 거래 등을 할 수 있다는 소개 팸플릿이 발견됐다.

그러나 헤르바가 주장하는 블랙데스가 실존하는지, 유로폴이 조사했던 단체와 같은지는 조사 중이다. 그는 피해자 모델 에이전트에게 경매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23만 파운드를 달라고 몸값을 요구하기도 했다. 헤르바의 컴퓨터에서는 성노예로 경매에 팔렸다는 다른 세 명의 여성 사례도 나와 추가 수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모델이 풀려난 과정도 독특하다. 블랙데스 규칙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여성은 경매 대상이 안 된다는 것.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이 모델은 “범인이 내가 두 살짜리 아이가 있는 걸 알고는 ‘블랙데스는 엄마는 거래하지 않는다. 룰을 깨는 것이다. 곧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사 과정에서 밝혔다.

헤르바는 밀라노의 영국영사관에 그를 풀어주러 동행했다가 잠복한 경찰에 잡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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