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사진작품 앞에 서 있는 기 소르망 교수(오른쪽). 그는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귀족과 노예로 양분된 카스트 제도”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문화와 북한의 상황, 중국의 전략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 소르망 교수 제공
“2005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인물과도 자유롭게 대화하고 중국을 돌아다닐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을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이면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프랑스의 대표 석학인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 교수(73)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달 13일 세상을 뜬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 그의 아내 류샤(劉霞)와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는 사진예술가인 류샤의 작품을 소개하는 사진전을 9월 말 프랑스 파리 란도스키 박물관에서 열 예정이다.
소르망 교수는 2005년 ‘수탉의 해(한국어판 제목: 중국이라는 거짓말)’를 집필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이들 부부를 알게 됐다. 이후 류샤오보는 감옥에 갇혔고 류샤도 가택연금됐다.
“2008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류샤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남편처럼 자신도 곧 감금될 거라고 설명하면서 사진들이 없어지지 않도록 중국 밖으로 가져가 주길 원했습니다. 그녀와 남편이 살아있다는 것을 해외에 알려 달라고 내게 부탁했던 겁니다.”
절규하고 울부짖는 표정의 인형을 찍은 가로세로 1m 크기의 사진 27장이었다. 새장 속에 갇혀 있거나 다리와 팔이 헝겊으로 묶인 것도 있었다.
“유럽 대사관들 덕분에 파리로 곧장 가지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작업을 본 비평가들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 예술계에 한 획을 긋는 작업들이었어요.”
소르망 교수는 이후 5개 대륙에서 ‘류샤 사진전’을 20번 열었다. 2012년 11월엔 대만 인권단체가 10명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초청한 국제인권사진전 ‘침묵의 목격’에도 초청됐다. 당시 한국 작가로 참여했던 사진가 김녕만 씨(68)는 “자신의 답답한 상황을 인형에 투사한 것만 같았다. 지식인의 고뇌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했다.
“가택연금은 그저 정부의 기만책이었습니다. 류샤는 경찰 소유의 아파트에 감금돼 1년에 두 번 어머니를 보러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언제 마지막으로 남편을 면회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어요. 진정제를 잔뜩 투여받은 상태였죠. 그녀는 내게 ‘중국이 자유로워지는 날, 머리를 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소르망 교수는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시진핑 주석 집권 후 과거 어느 때보다 안 좋다”고 평가했다. “변호사들이 사라지고 언론인, 종교지도자들은 납치되거나 감금됐습니다. 장기 이식과 매매를 위해 사형이 집행됩니다. 의사들은 온라인으로 일주일 안에 장기를 배달받을 수 있는데, 그 장기는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은 북한을 불안정하게 조종하고 있고, 북한은 질 것이 뻔한 전쟁은 원치 않을 겁니다. 통일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넘어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소르망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최근 매우 구체적인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 같다”며 “기본적인 원칙은 예상치 못한 일을 잘 대처하게 해주지만 너무 구체적인 계획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1일(현지 시간) 류샤는 베이징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소르망 교수는 “류샤처럼 훌륭한 예술가가 중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한 영광이란 걸 중국 정부에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무산됐던 한국에서의 전시도 곧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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