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人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인과 생이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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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테러리스트 취급받아… 입국비자 못받아 결혼도 좌절
가디언, 고통받는 커플 사연 소개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이 7년째 내전 중인 조국을 탈출해 해외로 피신해 있다. 이들은 시리아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으며 ‘국제적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이들에게는 사랑도 사치다. 영국 가디언은 3일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도 마음대로 못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소개했다.

타렙 씨(33)는 2013년 고향인 다마스쿠스에서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터키 이스탄불로 탈출했다. 생물학자였던 그는 2015년 이스탄불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가 벨기에 국적의 여교수 나르디 씨를 만나 사랑에 빠져 1년 만에 약혼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혼하려는 순간부터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스탄불 주재 벨기에 영사관은 나르디 씨가 본국에 혼인신고를 하려면 예비 신랑인 타렙 씨가 가까운 주레바논 시리아대사관에 직접 가 미혼이라는 정부 공식 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타렙 씨는 난민 인정 신청이 진행 중이라 이스탄불 밖으로 떠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벨기에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커플의 꿈은 1년째 제자리에 멈춰 있다.

시리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받지 못해 결혼하고도 생이별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무슬림 남성 키투 씨와 기독교인 여성 다미엔 씨 커플은 폭탄이 떨어지는 알레포에서 처음 만났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족의 반대에 부닥쳤지만 비밀리에 만나며 사랑을 키워 왔다. 다미엔 씨의 가족이 레바논을 거쳐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삶에 여유가 생기자 결혼을 허락했고, 다미엔 씨는 남자 친구가 피신해 있던 터키로 건너가 2015년 12월 결혼했다.

다미엔 씨는 3개월 동안 신혼을 즐기고 잠시 친정인 캐나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남편이 있는 터키로 가려다 1년 넘게 생이별을 겪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시리아인의 터키 입국비자 요건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다미엔 씨는 3차례나 입국비자를 거절당하자 남편을 캐나다로 불렀지만 입국허가 신청은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1년째 아내와 생이별 중인 키투 씨는 이렇게 한탄했다. “이미 내 인생의 거의 전부를 잃어버린 기분이에요. 그저 내가 시리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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