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20일 자폭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이 발생했다. 런던(19일), 파리(19일)에 이어 이번 주에만 세 번째 테러가 발생해 유럽은 ‘테러의 일상화’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영국 프랑스 벨기에의 수도인 이곳들은 2015년 이후 테러가 잇달아 발생해 ‘테러 삼각 위험지’로 불린다.
벨기에 신문 ‘라 리브르 벨지크’에 따르면 20일 오후 8시 50분경 브뤼셀에서 가장 번화한 중앙역 지하 1층에 백팩을 메고 폭탄벨트를 한 남성이 나타났다. 36세의 모로코 출신인 그는 짧은 머리에 흰색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중앙역의 역무원 니콜라스 판 헤레베헌 씨(36)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 역의 중이층(두 층 사이에 다른 층보다 작게 지은 층)으로 내려갔다”며 “그의 옷에서 전선이 나와 있었는데, 그것이 자살폭탄 조끼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테러범은 역 안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무장군인이 눈길을 주자 곧바로 폭탄을 터뜨렸다. 폭탄이 등에 멘 가방에 있었는지 조끼나 다른 가방에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폭발 직후 군인은 그에게 총격을 퍼부었고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다행히 범인 외에 다른 사망자나 부상자는 없었다. 범인이 범행 전 큰소리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를 외쳤다는 복수의 목격자가 나와 이번 범인 역시 이슬람 급진세력 추종자로 보인다. 그는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몰려 사는 브뤼셀 근처 몰렌베크 출신이다. 그는 경찰에 위험인물로 등록돼 있었지만 테러 관련은 아니었다.
사건 직후 중앙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그랑플라스’에도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유려한 고딕 양식으로 브뤼셀 최대 관광 명소인 그랑플라스에는 더운 여름 밤 많은 사람이 나와 산책하고 있었다. 그랑플라스에서 폭탄이 터졌을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RTL라디오에 따르면 경찰은 그랑플라스의 모든 사무실과 식당의 문을 닫게 했다.
2015년 11월 파리에서 130명이 사망한 연쇄 테러를 브뤼셀에 근거지를 둔 IS 요원들이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벨기에는 19개월째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브뤼셀 자벤템 공항과 유럽연합(EU) 본부 인근의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34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한 바 있다. 2012년 이후 벨기에서만 여덟 번의 대형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연이은 테러로 유럽은 초긴장 상태다. 19일 0시 20분쯤 런던 북부 핀스베리 공원 모스크 인근에서 이슬람을 혐오하는 40대 백인 영국 남성이 무슬림을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해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오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튀지니계 남성인 아담 자지라(31)가 가스통과 소총, 권총 등을 실은 승용차로 경찰차에 돌진해 폭발하는 사건이 이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가 IS의 리더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발견했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5개월간 터키를 세 번이나 다녀온 것도 이번 테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의 가족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그의 가족은 7세기 이전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살라피즘’ 운동에 계속 참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 집에서는 무기가 추가로 발견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