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럽의 거인…” 左도 右도 추모… 헬무트 콜 前독일총리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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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내 인생을 바꿔놓은 인물” 부시 “유럽이 낳은 최고지도자” 푸틴마저 “뛰어난 통찰력에 감탄”
佛서 추모행사후 獨고향서 장례식

“고인은 자유주의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후 유럽이 낳은 최고 지도자 중 한 분입니다. 정상 외교 속에서 경험한 그는 단단하고 강한 바위 같은 존재였습니다.”

독일 통일의 산파이자 유럽연합(EU) 탄생의 기초를 닦은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16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뜨자 고인과 함께 1990년대 초 탈(脫)냉전시대를 견인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93)은 이렇게 애도했다. 독일 통일 당시 콜 총리와 부시 대통령의 협상 파트너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86)도 “고인은 역사에 남을 뛰어난 인물이다. 훌륭한 성품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베를린 장벽 붕괴 등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서도 독일이란 배의 키를 잘 잡고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최근 영국의 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분열되고 있는 세계가 다시 한 번 콜 전 총리의 화합과 평화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콜 전 총리는 사반세기 전 독일 통일(1990년)과 소련 해체(1991년)로 이어지는 동서 냉전시대의 종언을 이끈 인물이다.

이탈리아와 바티칸 방문 중 비보를 접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고인은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인물”이라며 애통해했다. 1982∼98년 서독과 통독을 거쳐 독일 역대 최장인 16년 동안 총리를 맡았던 고인은 1990년 통독 초대 내각을 구성하면서 구동독 신생 정당의 대변인을 하던 36세의 정치 신예 메르켈을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앉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역시 “내 멘토이자, 친구이자, 유럽의 정수(精髓), 그가 매우, 매우 그리울 것 같다”며 슬퍼했다.

독일에서는 초당적인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지 빌트 등에 따르면 독일 좌파 정당들은 콜 전 총리의 타계에 “위대한 유럽인이 떠났다”며 애도를 표했다. 고인은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동독 공산주의를 계승한 좌파 정당들과 정치적 지향점은 다르다. 하지만 좌파 정당들은 “비록 그가 이끈 통일로 동독은 극심한 사회적 격변을 겪었지만 그는 독일 통일을 이끈 상징적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독일과 각을 세우고 있는 국가들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유럽안보 경쟁국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콜 총리를 운 좋게도 사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그의 지혜와 생각한 바를 표현해내는 능력, 매우 복잡한 사안을 멀리 꿰뚫어보는 결정력에 진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EU 탈퇴 협상을 앞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럽 역사의 거인을, 근대 독일의 아버지를 잃었다”며 추모했다.

독일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증액 압력을 넣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고인은 통일 독일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협력 강화에도 이바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EU는 개별국가 정상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23일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추모 행사를 가진다. 이후 운구차는 약 110km를 이동해 고인의 고향인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슈파이어로 향하며 이곳 대성당에서 장례 행사가 열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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