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독재만은 막아달라” 佛야권, 유권자들에 읍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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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총선 1차투표 실시… 18일 결선

프랑스 유권자 4700만 명이 출마자 7882명 가운데 577명을 골라내는 총선이 11일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BFM TV는 9일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가 전체 577석 중 397∼427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반(289석)을 훌쩍 뛰어넘어 최대 74%에 달하는 전망치로, 2위 우파 공화당(95∼115석)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프랑스 정계 일각에서는 ‘마크롱 배지만 달면 염소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앙마르슈는 마뉘엘 발스 전 총리나 엘 크롬 전 노동부 장관 등 사회당 출마자이지만 잠재적인 우군 지역에는 공천을 하지 않는 여유를 부렸다. 한 달 전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 때 “아마추어 정치인이 총선에서 큰코다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야당들은 매일 앙마르슈의 예상 의석수가 5석씩 높아지자 “일당독재를 막아 달라”고 읍소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공화당 총선을 이끌고 있는 프랑수아 바루앵 대표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자유롭게 감옥을 걸어 나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죄수 같은 심정”이라며 압박감을 토로했다. 지난 대선에서 좌파 포퓰리즘 돌풍을 일으킨 장뤼크 멜랑숑도 “마크롱에게 절대권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선 다음 달에 곧바로 총선을 치르도록 2002년 법이 바뀐 이후 세 번 연속 여당이 압승을 거둬 왔지만 이번 선거 후폭풍은 과거와 차원이 다를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석수가 한 석도 없는 신생 정당 앙마르슈의 돌풍은 기존 정당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직전 총선에서 331석을 차지했던 사회당 연합군이 얼마나 무너질지도 관심사다. 현재 언론 예측 조사에 따르면 사회당 의석수는 20∼35석. 역대 최악의 성적표인 1993년 총선(57석) 때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현실화될 경우 당은 존폐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 지역구의 경우 12.5% 이상 득표자만 따로 모아 1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앙마르슈 후보는 1차 투표에서 2등으로만 올라가도 떨어진 사회당, 공화당 후보 지지층을 다 흡수해 당선이 유리한 구도다.

4월 대선 때 돌풍을 일으킨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전선과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연대의 선전 여부도 관심사다. 이들은 여전히 정당 지지율이 15∼20%에 달한다. 언론들은 5년 전 3석, 10석보다는 많은 15∼20석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두 지도자가 의원 배지를 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앙마르슈가 2002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당시 우파 대중운동연합(옛 공화당)이 이룬 365석을 넘어 1968년 ‘프랑스의 상징’ 샤를 드골이 이끈 공화국민주연합(UDR)이 거둔 72.6%의 압승을 재연할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이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낮 12시 현재 투표율은 19.2%로 이는 1997년 이래 최근 다섯 번의 투표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총선#앙 마르슈#유권자#사회당#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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