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처럼 ‘밀착 내조’ vs 극우 색깔 지우기 ‘원격 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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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후보 파트너들의 대결’


최초의 30대 대통령이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냐. 누가 되든 전례 없는 대통령 탄생을 사흘 앞두고 프랑스 언론이 양 후보 연인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39)의 24세 연상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63)과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48)의 한 살 연하 동거남 루이 알리오(47)는 대선에서 적극적인 역할로 각각 남편과 여자친구를 상대로 내조와 외조에 분주한 모습이다.

○ 최고의 선거운동 ‘도우미’

브리지트는 남편 마크롱의 연설과 토론에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4일 TV토론 때 방송 광고 시간에 마크롱 옆에 가 조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연설에 힘이 떨어진다. 뭐라고 하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벌써부터 문고리 역할을 맡고 있어 “마크롱에게 뭔가를 말하고 싶을 때 브리지트를 통해라”는 말이 캠프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마크롱의 의붓자식들도 적극적이다. 마크롱보다 두 살 많은 첫째 아들 세바스티앵은 엔지니어 경력을 살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을 조언하고 있고, 변호사인 막내딸 티판은 프랑스 북부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마크롱에 대해 티판은 “특출한 인격을 갖춘 아주 지적인 남자”라며 “마크롱은 엄마와 함께 우리도 가졌다. 변호사 시험 때도 나에게 많은 격려를 해 주었다”고 말했다.

알제리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알리오는 르펜을 ‘친(親)나치, 반(反)유대’ 이미지가 강한 FN의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과 거리를 두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알리오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FN 당직자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가서 르펜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데 역할을 했다. 알리오는 “이스라엘에서 만난 프랑스 유권자들이 르펜이 괴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당선 후 행보 갈릴 듯

두 사람은 선거운동에는 적극적이지만 7일 이후 행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이 당선되면 브리지트는 미국의 미셸 오바마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프랑스 언론 파리마치는 “만약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다면 브리지트는 여성 사회 교육 장애인 문화 분야에 관여할 것”이라며 “선거 캠페인에도 꽤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마크롱 역시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그녀는 함께 있을 것이고 공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브리지트는 주변에 “프랑스 대통령 부인 중 행복했던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알리오는 “퍼스트 므시외(프랑스어로 남성)”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나는 엘리제궁에 함께 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장관직을 포함해 어떤 공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은 부부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라 한 남성, 한 여성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파트너는 어떤 것도 말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르펜도 지난달 TV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가족도 정부에서 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연 많은 파트너들

후보와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는 대선 내내 화제가 됐다. 마크롱과 그의 고등학교 스승인 브리지트가 처음 만날 당시 나이는 각각 15세와 39세였다. 브리지트는 스무 살에 은행원과 결혼해 세 자녀가 있는 유부녀였다. 브리지트의 딸인 로랑스와 마크롱은 같은 반이었다. 마크롱 부모는 처음에 “아들이 처음에 ‘오지에르’(브리지트의 전 남편 성)라는 이름을 말했을 때 동급생인 로랑스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마크롱의 엄마는 브리지트를 향해 “현실을 깨달아라. 당신은 인생을 가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내 아들은 당신과 아이도 갖지 못할 것”이라며 막았으나 브리지트로부터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모는 마크롱을 고향 아미앵에서 145km 떨어진 파리 학교로 전학을 보냈지만 사랑을 막지 못했다. 브리지트는 이혼 1년 뒤인 2007년 마크롱과 결혼식을 올렸다.

르펜은 두 번째 남편과 2006년 이혼한 후 2009년부터 알리오와 동거 중이다. 르펜은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 세 명의 자식을 두었고, 알리오 역시 전 부인과의 사이에 아이 두 명이 있다. 알리오는 2011년부터 2년간 유럽의원이던 르펜의 보좌관으로 지냈다. 르펜은 두 명의 전 남편과 세 번째 동거남까지 모두 같은 당인 FN 활동가와 연애하고 있다. 르펜과 알리오는 2010년 프랑스 지중해 해안 근처 도시 밀라에 집을 사서 주말을 함께 보내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대선#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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