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품 보잉 비행기 앞에서 ‘반세계화’ 연설… 앞뒤 안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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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정부때 노동장관 라이시, ‘트럼프노믹스는 허상’ 비판 기고
트럼프 ‘스웨덴 테러’ 돌발 언급… 스웨덴 前 총리 “약 먹었나” 비꼬아


“미국 보잉사가 만든 비행기는 ‘메이드 인 USA’가 아니다. 중요한 부품이 거의 (미국 밖) 해외에서 생산돼 수입된 것이다. 보잉 비행기는 미국에서 ‘조립될’ 뿐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19일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기고한 ‘트럼프노믹스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글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7일 ‘보잉 787-10 드림라이너’ 출시 기념행사 연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보잉 비행기가 미국 땅(보잉 공장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만들어진 사실에 축하를 보낸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미국인의 손으로 제작된 상품을 원한다”며 ‘메이드 인 USA’와 ‘미국 우선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라이시 전 장관은 이런 주장이 ‘(객관적 사실을 호도하는) 환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보잉 비행기의 핵심 부품 대부분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일본 영국 캐나다 등에서 수입된다. 이는 전체 제작 비용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들 나라 회사들의 노동자는 보잉사 노동자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임금도 더 많이 받고, 유급휴가 같은 복지혜택도 더 누린다. 보잉사는 왜 이런 비싼 부품을 수입할까. (그럴 가치가 있을 만큼) 고품질이기 때문이다.”

라이시 전 장관은 “미국 안에서 이런 고급 부품들을 전부 생산하려면 미국도 그 나라들처럼 세금도 더 많이 걷고, 보편적 건강보험 제도도 갖춰야 하는데 그건 감세와 규제 완화를 당근으로 내세운 트럼프노믹스와 정반대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글로벌 제품’이자 ‘상호 연결된 세계 경제의 상징’인 보잉 비행기 앞에서 ‘반세계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난민 수용 정책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독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라. 어젯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보라”고 말해 ‘스웨덴에서 테러 사건이 있었음’을 시사해 논란을 낳았다.

주미 스웨덴대사관은 미 국무부에 이 발언의 맥락이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언급한 것인지를 공식으로 질의했고,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위터에 “스웨덴? 테러 공격? 트럼프가 (마약류 같은) 뭔가를 피운 것이냐”고 비꼬았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은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내 발언은 ‘이민자와 스웨덴’을 주제로 폭스뉴스에서 방송한 한 기사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방송에선 ‘이민자 때문에 스웨덴에 범죄가 늘었다’는 한 영화감독의 주장이 소개됐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로버트라이시#연설#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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