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악한 한국인”…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인 우익 유치원 혐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2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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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는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학교 법인이 ‘간악한 생각을 가진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문서를 유치원생 보호자들에게 배포해 지방자치단체가 조사에 나섰다. 이 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은 군국주의 시절의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등 일명 ‘애국 교육’으로 일본 우익진영에서 유명한 곳이다.

교도통신은 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쓰카모토 유치원이 보호자들에게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배포했으며 오사카 부(府)의 조사에서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원장이 이를 인정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유치원은 학부모 책자에서 “(한국의) 마음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일본인의 얼굴을 하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게 문제”라며 재일동포에 대한 왜곡된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장의 부인인 부원장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싫다. 일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편지를 지난해 2월 보내기도 했다. 지자체는 이들 표현이 지난해 만들어진 ‘헤이트스피치(혐한시위) 방지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4월에 문을 여는 초등학교 부지를 정부로부터 헐값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학원 측은 정부로부터 인근 국유지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에 땅을 샀다.

아키에 여사는 2014년 4월 이 유치원을 찾았으며 당시 ‘아베 총리는 누구냐’는 질문에 ‘일본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원아의 답변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키에 여사는 이후 개교 예정인 초등학교의 명예 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학원 법인 총재인 가고이케 원장은 일본 최대 우익단체로 개헌을 주도하는 ‘일본회의’의 오사카 대표 운영위원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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