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독’ 트럼프… 방송사들 광고수입 껑충

  • 동아일보

트럼프 즐겨보는 프로그램
대통령과의 소통통로로 떠올라… 대선 이후 광고료 2배 올라

“트럼프는 CNN을 항상 본다.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이 볼 거다.”

CNN 앵커 앤더슨 쿠퍼는 지난주 NBC ‘레이트 나이트 쇼’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TV 사랑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선거 기간 중엔 자신이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의견을 담아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거의 항상 생방송으로 TV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TV 중독 현상에 대한 일화는 하나둘이 아니다. 12일 오전 6시, 폭스뉴스가 반(反)이민 행정명령 중단 이후 당초 입국 금지 대상국이었던 7개국 출신 난민들이 다수 입국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트럼프는 약 30분 뒤 폭스뉴스의 입국자 수치를 자신의 트위터에 그대로 인용했다.

10일 오전 8시 MSNBC ‘모닝 조’ 프로그램이 반이민 행정명령 복원 항고를 기각한 연방항소법원을 비판한 인터넷 블로그 글을 보도하자 트럼프는 12분 만에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AP는 “대통령 측근들이 트럼프의 업무 중 뉴스 시청 시간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관저로 돌아가면 막을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방송사들은 만세를 부르고 있다. 트럼프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할 뿐 아니라 기업 및 단체들이 대통령과의 소통 통로로 트럼프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를 선택하면서 광고료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한 진보 성향 참전용사 모임은 6일 MSNBC ‘모닝 조’와 11일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트럼프 대통령님. 아침에 TV를 자주 보신다고 들었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광고를 걸고 “정당한 대통령이 되고 싶으시다면 (정당하게) 행동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모닝 조’에 붙는 광고료가 지난해 대선 이후 약 두 배 올랐다고 이달 초 전했다. 폭스뉴스의 뉴스 프로그램 광고료도 50% 이상 뛰었다.

한 익명의 정치 컨설턴트는 “(일부 TV 광고는) 대통령의 귓속에 직접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 공화당 전략가는 “(TV를 통한 소통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이번) 대통령이 일부 TV 프로그램과 신문에 영향을 받는 수준은 분명 새롭다”고 분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tv#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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