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무풍지대’ 캐나다까지… 전세계로 번지는 ‘증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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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들, 퀘벡 이슬람사원서 총격… 예배하던 신도들 6명 숨져
극우 배넌, 백악관NSC 참석 논란… 트럼프 反이민정책 가속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서명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면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국제사회가 심하게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에는 그동안 테러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중동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온 캐나다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격 사태가 발생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경 프랑스어권 지역인 퀘벡 시의 ‘퀘벡 이슬람 문화센터’에서 괴한들이 예배 중이던 신도 40여 명에게 총을 난사해 최소 6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캐나다 당국은 용의자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며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저지른 테러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이번 사태를 무슬림에 대한 테러로 규정지었다.

 트뤼도 총리 집권 뒤 캐나다는 난민과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서명 뒤에도 ‘적극적인 난민 수용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슬림을 향한 폭력 행위가 계속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만을 가진 무슬림들이 역시 폭력으로 맞설 경우 캐나다 사회 역시 혼란에 빠져 난민과 이민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라마단 기간에도 퀘벡 이슬람 문화센터의 현관에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 머리가 놓인 사건이 터졌다. 또 캐나다 내 다른 이슬람 사원의 벽에는 인종차별적 메시지가 적히기도 했다.

 미국은 반이민 행정명령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국가안보회의(NSC) 참여를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극우 성향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의 창업자인 배넌은 이민자, 유대인, 무슬림에 대한 반대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극우·인종차별주의자’란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NSC 수석회의에 배넌이 당연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28일 서명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성이 없고, 극우·인종차별주의자란 비난을 받는 배넌이 NSC 수석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반이민 정책 마련과 여론 조성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 “오늘 밤 우리(미국)의 가치와 우리 헌법을 지키려고 모여 있는 전국의 시민들 편에 함께 서겠다. 이것(행정명령이 내려진 미국)은 우리(미국)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가던 클린턴 전 장관이 본격적으로 ‘반트럼프 대열’에 선 것으로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확산된 ‘반트럼프 여성 행진’ 시위에 대해 “우리(여성)는 늘 ‘함께하면 더 강하다’고 진심으로 믿어 왔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트럼프 비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트럼프#테러#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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