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남중국해 항모 대치’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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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급파 핵항모 칼빈슨함 전단 20일 전후 아태해역 도착 예정
中 랴오닝함과 마주칠 가능성… 러 해군도 필리핀과 연합훈련 계획
中 CCTV “3국 군함 동시 출현 남중국해 군사적 긴장 높아져”

 
中 랴오닝함
中 랴오닝함
美 칼빈슨함
美 칼빈슨함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이 남중국해에서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의 핵추진 항모 칼빈슨함이 항모 전단을 이끌고 동아시아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 미중 간에 처음으로 ‘항모 대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의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군사작전을 벌여 남중국해가 미중 대결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역외 세력인 러시아 군함들까지 남중국해에 나타나 대결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남중국해에선 ‘미국-일본-필리핀 대 중-러’의 대치 구도가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을 등지고 친(親)중, 친러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처음으로 연합 군사훈련을 계획 중이며 중국 말레이시아와 3국 연합 훈련을 논의 중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러시아가 필리핀에 첨단 무기 판매를 제안해 미국과의 군사관계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친분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중국의 미국 견제에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며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지렛대를 쥐고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중앙(CC)TV는 8일 “러시아 군함이 필리핀을 방문해 처음으로 양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벌일 계획인 상황에서 미국의 칼빈슨 항모 전단이 남중국해에 도착하면 중-미-러 3개국의 해군이 같은 해역(남중국해)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지역 정세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칼빈슨 항모 전단의 작전 시기와 지역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칼빈슨 항모 전단이 20일경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20일)을 전후해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 대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칼빈슨 항모 전단의 동아시아 해역 배치는 랴오닝함 견제와 북핵 위협 대응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항을 모항으로 한 미 항모 로널드레이건함은 현재 수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9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한 중남미 순방에 나선 사이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랴오닝함을 (대만 쪽으로) 북상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7일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27시간 머무는 동안에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 만나지 않았으나 13일 귀국길에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접촉이 이뤄지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침해당한 것으로 간주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 해군의 예비역 중장 란닝리(蘭寧利)는 롄허(聯合)보와의 인터뷰에서 “랴오닝함 항모 전단이 대만 안보를 위협할 경우 항모 킬러인 슝펑(雄風) 2, 3호와 위차(魚叉) 등 미사일을 동원한 섬멸 계획을 이미 짜 놓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도 2020년과 2023년에 취역하는 최신예 항모 두 척을 태평양 지역에 파견해 미국과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고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가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남중국해#항공모함#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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