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수위 사실상 접수한 ‘사위 쿠슈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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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백악관 선임보좌관 예고”
선거캠프 지휘한 ‘사실상 선대위장’… 친족등용금지법 적용여부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35·사진)가 정권인수위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그 측근들을 내치는 등 핵심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의 신임을 받는 ‘비선 실세’ 쿠슈너가 트럼프 당선 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는 예상됐지만 최근 행보는 관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인수위 관계자를 인용해 “쿠슈너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나 특별고문 등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와 수석전략가에 임명된 스티븐 배넌은 모두 쿠슈너의 백악관 입성을 바라고 있다. AP통신은 “쿠슈너가 트럼프 캠프에서 온라인 선거 전략과 자금 모금을 지휘하면서 ‘사실상(de facto) 선대위원장’ ‘트럼프의 닮은꼴’로 불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친족등용금지법은 대통령이 친족을 내각이나 정부 공식 직책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백악관에도 이 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쿠슈너가 백악관에 들어오면 140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르는 그의 부동산 사업이 공직 수행에 저촉되지 않도록 급여를 받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는 5월 같은 유대계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의 회동을 주선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쿠슈너에 대한 애정을 피력해 왔다. 올 6월 기자들과 만나 “재러드는 훌륭한 부동산개발업자이면서 정치에 소질이 있다. 오히려 정치를 더 잘한다”고 칭찬했다.

 쿠슈너가 인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데는 트럼프와 같은 부동산개발업자이면서도 불같은 기질의 트럼프와 달리 냉철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이 한몫한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쿠슈너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쿠슈너가 동갑내기 아내이자 트럼프의 ‘비밀 병기’인 맏딸 이방카의 절대적인 애정과 신뢰를 받고 있는 게 인수위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라고 CNN은 분석했다. 하버드대 출신에 준수한 외모, 퇴근 후 세 자녀를 돌보는 가정적인 성격의 쿠슈너에 대해 이방카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뢰를 표현해 왔다. 최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 “재러드는 남편을 넘어 내가 가장 신뢰하고 모든 것을 논의하는 상대”라며 “재러드에게서 내가 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방카는 2009년 쿠슈너와 결혼하려고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남편과 유대교 안식일(토요일)을 지키기 위해 종종 금요일 일몰 후부터 하루 동안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차를 타지 않고 뉴욕 맨해튼을 걷기도 한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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