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럽반발 의식 러방문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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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0일 취임식이후로… FT “트럼프, 푸틴과 협력 기울어”

 “트럼프는 미국이 아닌 러시아를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데이비드 가드너 국제부문 에디터는 16일 “도널드 트럼프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후원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협력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더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에 빗대 이같이 경고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유럽과 함께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다.

 가드너는 “이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러시아와 협력해 아사드 정권이 승리 후 반군에 대대적인 보복을 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유럽과 대립해온 러시아가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유럽인들의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을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행보에 대한 유럽의 불편한 심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유럽은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에 “이란과의 핵합의 및 나토의 대(對)러시아 강경 정책을 변경할 경우 미국과 동맹들 간 틈새가 과거 이라크전쟁 직전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과 캐나다 정부 대표들은 14일 트럼프 측 핵심 인사인 제임스 카라파노 헤리티지재단 부소장과 만나 인권과 나토 방위 문제에서 기존의 가치를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유럽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 방문을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로 연기했다. 러시아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7일 공화당 내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해 정권인수위에서 몇 차례 회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기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취임 전에라도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외교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의 디미트리 사임스 발행인은 이즈베스티야에 “트럼프의 러시아 방문 연기 결정은 취임 전 방러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훼손하고 막후에서 중요한 대외 협상을 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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