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지지자들 심층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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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은 소수인종의 향방이 판세 결정, 이번 대선은 주류 백인의 지지가 결정적
트럼프 지지자들, "우린 편협한 인종차별적 백인 아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이미 '트럼프 나라=백인 세상'이란 인종주의 혐오 범죄 나타나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70)를 지지한 건 우리가 인종 차별, 성(性) 차별하는 편향적인 레드넥(Red-neck·미국 남부 백인 노동자층을 비하하는 용어)이어서가 아니다. 그가 워싱턴 기득권 세력과 진보 진영이 강요해온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정면으로 맞선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다."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3일(현지 시간) '그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했는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트럼프 지지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요약하면 이렇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칸소 주지사 당선과 2차례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선거 전략가 딕 모리스(70)는 올해 6월 발간한 '아마겟돈-트럼프가 클린턴을 이길 수 있는 방법'에서 "이번 대선은 백인 표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주장을 폈다. 모리스는 이 책에서 예상 득표와 관련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4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흑인 층에서 250만 표, 젊은층(30세 미만)에서도 200만 표를 까먹을 것이고 △트럼프는 4년 전 공화당 후보 밋 롬니보다 백인 표를 120만 표 더 얻는다. 그러면 롬니가 졌던 초박빙 경합주 3, 4곳에서 트럼프가 판세를 뒤집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리스의 예상은 거의 그대로 적중해 요즘 그는 '족집게' 소리를 들으며 방송국마다 불려 다니고 있다.

이렇게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백인들은 LAT에 "우리가 트럼프에 표를 던진 것은 편견이나 증오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체감 경제난, 체감 실업난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청사진을 내세운 트럼프에게서 희망의 빛을 봤다는 얘기다.

이들은 "클린턴이 당선되면 현재의 답답한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하고, '큰 정부'의 비효율성과 비대해진 관료주의는 여전할 것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애리조나 주 스콧데일에 사는 헤어 디자이너인 20대 백인 여성은 "내가 트럼프를 지지한 건 인종 문제와 별개다. 현재 사귀고 있는 흑인 남자친구와 내년 4월 결혼할 예정이고 무슬림이나 흑인에 대한 편견도 없다"고 말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백인들 중엔 동성결혼 합법화 등으로 미국의 근간을 이룬 청교도적 가치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진보 진영의 PC에 억눌려 '보수적 가치'에 대한 소신을 입 밖에 내는 걸 두려워했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이들의 의견과 달리 이미 미국 곳곳에선 인종주의적 혐오 범죄가 잇따라 신고 되고 있다. 매릴랜드 주의 한 이민자 교회 건물 벽면에서는 지난 12일 '트럼프 나라는 백인 세상이다(Trump Nation=Whites Only)'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이런 식의 인종차별적 혐오 범죄가 트럼프 당선 이후 증가하고 있다고 CNN이 14일 보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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