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남중국해 法지배 중요… 늘 일본 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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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필리핀 정상회담… 訪中때와 딴판
아베, 순시선-경협 보따리… 미국과의 관계회복도 당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6일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중국이 군사 거점화를 진행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역내 해상 안보에서 일본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말하자,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은 지역 전체의 평화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필리핀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법의 지배에 기초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우리는 늘 일본 편에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남중국해 문제를) 말할 때가 아니지만 때가 되면 여러분 편에 서겠다고 확실하게 말해 둔다. 국제중재재판소 판결이 나온 가운데 일본과 필리핀은 비슷한 상황이다.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자인 필리핀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해 공을 들여 왔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 발언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때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의 우려를 의식한 듯 아베 총리에게 “지난주 중국 방문은 경제에 관한 것이지 안보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필리핀의 해안경비대에 대형 순시선 2척을 제공하고 해상자위대의 T-90 훈련기를 대여하며 민다나오 섬 농업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경제와 안보 협력을 위해 필리핀에 제공하는 차관 규모는 210억 엔(약 2268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일본이 필리핀 측을 제대로 설득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자회견 후 추가로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미일 동맹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는 미국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당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6월 말 취임 이후 노골적인 반미친중(反美親中) 태도로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스스로 ‘친일파’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본 방문을 전후해서도 미국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24일 필리핀에서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에 변화는 없다”고 했지만 26일 일본 기업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도쿄 강연에서는 딴소리를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필리핀에 있는 외국 군대는 2년 내에 나갔으면 좋겠다”며 미군 철수를 거듭 요구했다. 또 미군과의 방위협력 협정에 대해서도 “합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마약 대책을 설명하고 이를 ‘인권 침해’라고 비판한 미국에 대해 “그런 나라의 지원은 필요 없다. 줄에 매달린 개 같은 취급”이라며 “앞으로는 독립된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열린 주일 필리핀인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타갈로그어를 섞은 영어로 미국과 유럽을 지칭하면서 “이 바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특유의 ‘거친 입’을 다시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언행의 근저에는 미국 의존에서 탈피해 다원 외교에 의한 ‘자립 국가를 지향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을 양팔 저울에 올려놓은 전략가”라는 평가와 “만나는 상대에게만 좋은 얼굴을 하는 실리주의자”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두테르테#남중국해#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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