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판세에 대한 ‘소수의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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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재 국제부 기자
한기재 국제부 기자
“나는 트럼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선 힐러리가 된 걸 기정사실화 하지만 천만의 말씀. CNN만 봐서는 안 돼. 거기는 결사적으로 트럼프를 반대하니까.”

한인으로는 최초로 미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Changjoon 'Jay' Kim·77)은 19일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털어놨다. 단순히 정치적 아웃사이더로서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에까지 오른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에서 동양인으로 캘리포니아 주 백인 마을 ‘오렌지 카운티’를 대표하는 공화당 하원의원이 된 자신을 떠올려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다. ‘화난 백인 남성(angry white men)’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라는 말이었다.

“‘트럼프 찍는 여자들은 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흑인과 히스패닉도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인데 중요한 건 투표장에 누가 나가느냐다. '내가 안 나가도 당선되겠지‘하다가는…”

김 의원은 아내가 “힐러리를 꼭 찍으라”고 종용해도 ’화난 백인 미국 남성‘들은 “CCTV도 없고 아무도 없는 투표 공간에서 슬쩍 트럼프에 표를 던지고는 ’어 힐러리 찍었어‘라고 둘러댈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화난 백인 남성’들이 전부일까. 18일 폭스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눈에 띄게 높은 비율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이 하나 더 있다. 72% 비율로 트럼프에 몰표를 던지겠다는 ‘백인 기독교인’이다. 김 의원도 이를 암시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가 기독교인으로 주로 이뤄져 있는 보수 이념 집단 ‘티 파티’라는 것이다. ‘티 파티’는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할 뿐 아니라 작은 정부를 적극 지지한다.

공교롭게도 강연이 있던 이날 3차 TV토론이 있었다. 토론 초반 사회자가 낙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클린턴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대법원 판결인) ‘로우 대 웨이드’를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고 트럼프는 “클린턴 말대로라면 9개월 된 태아도 낙태할 수 있다. 2~3명의 (보수) 대법관을 임명하면 각 주가 (낙태에 대한)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숱한 막말과 난잡한 여성 관계로 악명 높은 트럼프를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강력히 지지하는 이유를 쉽게 엿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여전히 압도적인 클린턴 우세를 점친다. 하지만 6년간 실제로 미 정치권에 몸을 담았던 ‘내부인’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 ‘화난 백인 남성’과 잘 어울리진 않지만 ‘생명 존중(pro-life)’을 내세우는 트럼프에 마지못해 표를 던지는 기독교인들이 브렉시트에 이은 올해 두 번째 깜짝쇼를 선보일 수 있을지. 토론도 모두 끝나고 이젠 결전의 11월 8일 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기재 국제부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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