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예멘 반군 장례식장 공습… 조문객 등 155명 사망 525명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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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민간인 폭격 국제여론 악화
美 “지원전략 전면 수정할 수도” 사우디 “美와 진상조사” 소행 부인

 예멘 반군(叛軍)이 점령한 수도 사나에서 열린 반군 내무장관의 부친 장례식장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이 폭격을 가해 최소 155명이 죽고 525명이 다쳤다. 비무장 민간인이 모인 현장에 가해진 폭격으로 국제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은 예멘에서의 사우디 지원 전략을 전면 수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예멘 반군의 잘랄 알루웨이샨 내무장관 부친상이 치러진 사나의 마을회관에 8일 세 차례 폭탄이 투하돼 70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냈다고 예멘 보건당국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유력 인사의 부친상으로 인파가 몰린 마을회관을 관통하는 폭탄이 두 차례 잇따라 떨어진 데 이어 1분 뒤 세 번째 폭탄이 투하돼 인명 피해가 컸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한 장소에 시차를 두고 다시 폭격해 피해를 극대화하는 ‘더블 탭’ 폭격을 우려해 한동안 내부 진입을 하지 않았다.

 이번 폭격으로 알루웨이샨 장관은 중상을 입었고 사나의 시장을 포함한 관료 여럿이 사망했다. 폭격 직후 장례식장은 피바다로 변하고 조각난 시신이 흩뿌려져 대량 학살 현장을 방불케 했다고 생존자들이 전했다. 주말에 벌어진 참극으로 휴무였던 의사들이 모두 병원에 동원됐고 사나 병원 일대에선 수혈용 혈액이 모자라 시민들의 긴급 헌혈을 받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는 심각한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신 수습용 가방 300개를 준비했다.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번 폭격이 “사우디가 주도하는 동맹군의 학살”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침묵은 학살자들에게 탄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핵심 일원인 미국은 즉각적인 진상 조사와 함께 사우디와의 군사 협력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사우디와의 안보협력은 백지수표가 아니다”라며 “예멘에서의 갈등을 끝내는 데 주력해온 미국은 사우디를 향한 지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군은 “당시 우리 공군은 해당 지역 상공을 날지 않았다”며 폭격의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예멘 반군 점령 지역에 대한 폭격은 사실상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만이 할 수 있을뿐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우디 당국은 “미국 전문가들과 함께 진상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예멘 정부군 편에 서서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후 의료시설과 학교 공장 주택 등 민간 시설을 폭격해 1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만 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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