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옥가라” 두테르테, 또 막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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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과의 전쟁’ 비판에 독설 반격
가디언 “필리핀 경찰 ‘암살단’ 운영… 검은옷-복면쓰고 밤마다 처형”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하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또다시 막말을 퍼부었다. 4일 필리핀 GMA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의 지방자치 관련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거론하며 “지옥에나 가라(You can go to hell)”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마약 용의자 사살에 대해 계속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과정에 나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9월 초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현지 기자들에게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 사살 문제를 내 면전에서 언급한다면) 개××라고 욕을 해 주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 중단,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폐기 가능성 경고 등 반미 행보를 이어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필리핀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해 필리핀 정부가 경찰에 ‘비밀암살단’을 만들어 마약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처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살단의 일원으로 최근 3개월간 87명을 죽였다는 이 경찰 간부는 암살단이 한 팀에 10명씩, 총 10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주로 밤에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한 채 활동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부에서 목표물의 사진과 인적 사항 등을 보내준다”며 마약 용의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증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살한다고 주장했다. 시신은 인근 지역이나 다리 아래에 버리고 ‘마약왕’ ‘마약상’이라고 적힌 종이를 남겨둔다.

 올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공격적인 마약 소탕전에 돌입하면서 필리핀에서는 36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과 자경단 등에 사살됐다. 절반이 넘는 2233명은 자경단을 비롯한 정체불명의 단체나 괴한에 살해됐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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