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스페인 등 “긴축 압박하던 독일도 한번 당해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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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 치닫는 美-유럽]‘유럽의 모범생’ 위기 강건너 불보듯
전문가들 “동반위기 가능성” 경고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독일어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이라는 뜻이다. 도이체방크 사태로 힘들어하는 독일을 보며 다른 유럽 국가들이 샤덴프로이데를 느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경제적 ‘낙제생’ 국가들에 고통스러운 긴축을 요구하던 유럽의 ‘모범생’이 막상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 될 위기에 놓이자 ‘독일 쌤통’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수출 강국 독일은 그동안 유럽연합(EU)의 곳간을 챙겨주면서 재정난으로 EU에 부담을 안겼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 강력한 긴축을 요구해왔다. 이탈리아에서는 도이체방크 위기가 불거진 후 ‘이탈리아 은행의 위기가 도이체방크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다행’이라는 안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는 “도이체방크 사태가 거대한 시스템의 위기만 아니라면 독일이 이런 문제로 고생하는 걸 보며 웃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한동안 베를린의 감시의 눈초리를 받으며 힘들었다”는 칼럼을 실었다.

 이탈리아는 도이체방크 사태를 계기로 EU가 유럽 은행에 대한 지원을 늘리길 바라는 눈치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도이체방크 사태에 대해 “EU는 유럽 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우리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도 도이체방크 주가 하락 소식에 우쭐해하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의 위기를 남 일 보듯 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탈리아 은행을 중심으로 유럽 금융권의 부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하며 수익 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탈리아 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FT에 “이탈리아에 샤덴프로이데가 만연하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며 “허약한 이탈리아 은행은 전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도이체방크로부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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