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내리고 상속세 폐지” 減稅 들고나온 ‘위기의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세제 혁명”… 경제공약 발표
법인세 최고세율 35→15%로… 육아비용 전액 소득공제도 추진
“한미FTA는 깨진 약속” 또 거론
힐러리 “1% 부자 위한 조치” 비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8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세제개혁 이후 최대 규모의 세제혁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상속세 폐지, 육아비용에 대한 전액 소득공제 등 고강도 감세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세제혁명’이라고 이름 지었다. 최고세율이 35%인 법인세율은 15%로 낮추고 7단계인 소득세 과표 구간은 3단계(12%, 25%, 33%)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3단계 소득세율은 트럼프가 경선 과정에서 밝힌 ‘10%, 20%, 25%’보다 높아졌지만 법인세율(15%)은 공화당의 기존 안(20%)보다 낮아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 옮겨놓은 현금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올 때 10%의 세금만 매기겠다. 이렇게 돌아온 돈은 미시간 주 같은 곳에 재투자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모든 육아 관련 비용의 소득공제와 관련해 “몇 주 뒤 (맏딸) 이방카와 훌륭한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는 육아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세금도 더 많이, 규제도 더 많이, 관료주의도 더 많이, 에너지나 제조업에 대한 제한도 더 많이 하는 ‘더 많이(more) 정책’”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미국이 아닌 경쟁국을 기쁘게 하는 정책들”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슬림계 이라크전 전몰용사 부모와 벌인 논란으로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가 이날 연설로 이슈를 전환한 데다 당내 정책적 단합과 클린턴 지지층 공략까지 노렸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의 상징인 감세와 규제개혁은 ‘집토끼’(공화당 지지층)용이고, 육아비용 소득공제는 ‘산토끼’(민주당 지지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용이란 설명이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무역협정에 대해 거센 목소리로 반대했다. 그는 “민주당의 클린턴은 이 도시와 이 나라의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간 무역협정들을 지지했다.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며 클린턴을 맹비난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미국 노동자를 아프게 만든 깨진 약속의 전형”이라며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수십 년 동안 무역협정에 대해 틀리게 주장해 온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한미 FTA로 미국 수출이 100억 달러(약 11조850억 원) 이상 늘고 미국 내 일자리가 7만 개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공약은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이날 발표한 경제공약에 대해 클린턴은 “1% 부자와 특권층만을 위한 조치”라며 “진부한 아이디어를 새것처럼 보이려 애쓰지만 ‘낙수효과 경제’(대기업 우대가 중소기업과 대중에게 파급 효과를 준다는 이론)의 재포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1980년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그대로 사용하는 트럼프가 감세와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레이거노믹스(레이건의 경제정책)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클린턴 캠프는 “레이거노믹스야말로 불평등의 근원”이라고 깎아내렸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힐러리#트럼프#미국#대선#경제공약#세금#세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